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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Aug 20. 2021

평범한 어린 시절에 활기를 불어넣은 '짜장면의 마법'

어제 짜장면과 짬뽕을 배달해서 먹었는데 무려 가격이 2만 원에서 500원 빠진 금액이 나왔다. 삼선짬뽕도 아니고 쟁반짜장면도 아닌 평범한 짜장면과 짬뽕을 시켰는데 말이다. 누가 짜장면을 서민 음식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만, 이제 더 이상  짜장면은 서민 음식이 아니다. 

지금의 짜장면과 우리 어릴 때 짜장면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초등학교 때 나는 짜장면을 먹는 날에는 일부러 지저분하게 먹어서 입 주위에 까만 짜장 소스를 잔뜩 묻혔다. 그렇게 짜장면을 다 먹고는 입을 닦지 않은 채 밖에 놀러 나갔다. 으스댐을 조금 장착한 채.

입 주위에 잔뜩 묻은 짜장 소스를 본 동네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러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 짜장면 먹었냐?"

그러면 나는 조금 뜸을 들인 후 대답했다. 

"응, 어떻게 알았어?"

기대했던 반응이건만 전혀 몰랐다는 듯이 되물었다. 

짜장면은 맛도 있었지만, 말로 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내가 짜장면을 먹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참 효용 가치가 큰 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짜장면을 먹은 날에는 괜히 기분이 좋았다. 가위바위보에 져서 술래를 해도 웃음이 실실 나왔다. 

지금이야 기름진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도 안 되고 속도 부대껴서 달갑지 않건만, 어린 시절의 짜장면은 나의 자존심이었고 기쁨이었으며 자신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오죽 자랑할 게 없었으면 짜장면 먹은 걸 자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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