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짜장면과 짬뽕을 배달해서 먹었는데 무려 가격이 2만 원에서 500원 빠진 금액이 나왔다. 삼선짬뽕도 아니고 쟁반짜장면도 아닌 평범한 짜장면과 짬뽕을 시켰는데 말이다. 누가 짜장면을 서민 음식이라고 했는지 모르겠다만, 이제 더 이상 짜장면은 서민 음식이 아니다.
지금의 짜장면과 우리 어릴 때 짜장면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초등학교 때 나는 짜장면을 먹는 날에는 일부러 지저분하게 먹어서 입 주위에 까만 짜장 소스를 잔뜩 묻혔다. 그렇게 짜장면을 다 먹고는 입을 닦지 않은 채 밖에 놀러 나갔다. 으스댐을 조금 장착한 채.
입 주위에 잔뜩 묻은 짜장 소스를 본 동네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러운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 짜장면 먹었냐?"
그러면 나는 조금 뜸을 들인 후 대답했다.
"응, 어떻게 알았어?"
기대했던 반응이건만 전혀 몰랐다는 듯이 되물었다.
짜장면은 맛도 있었지만, 말로 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내가 짜장면을 먹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참 효용 가치가 큰 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짜장면을 먹은 날에는 괜히 기분이 좋았다. 가위바위보에 져서 술래를 해도 웃음이 실실 나왔다.
지금이야 기름진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도 안 되고 속도 부대껴서 달갑지 않건만, 어린 시절의 짜장면은 나의 자존심이었고 기쁨이었으며 자신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오죽 자랑할 게 없었으면 짜장면 먹은 걸 자랑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