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전에 일단 반성부터 해야겠다.
"반성합니다."
흠흠.. 난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다만 초등학교 때부터 '문예반'이었는데, 글쓰기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문예반을 쭉 들었던 이유는 가입해서는 안 될 동아리를 제외시키다 보니 남은 부서였기 때문이다. 딱히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고, 또 몸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문예반 출신인 데다 출판밥을 20년 넘게 먹다 보니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들의 글을 만지는 게 일이기도 하고, 또 책을 만들 때 표지 카피를 죽어라 쓰고, 책 나올 때마다 보도자료라는 것을 매번 써야 하니 다른 사람들보다 글을 쓸 일이 더 많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글을 좀 쓰는 사람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내가 시작을 안 해서 그렇지, 블로그를 시작하면 글을 줄줄 쓸 것 같았고, 다른 블로거들보다는 글을 월등히 잘 쓸 거라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다.
블로그 시작한 지 이제 백 일 막 지난 지금, 내가 그동안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걸 하루하루 절감하고 있다. 블로그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라 매번 헤매는 것은 물론이고, 이웃 블로그를 방문할 때면 다들 어찌 그리 글을 잘 쓰는지 감탄이 절로 나올 때가 많다. 다들 작가로 데뷔하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마땅한 '글감'이 생각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첫 문장 쓰고 진도를 빼지 못하는 데다가 도대체 쓴 글이 마음에 안 들 때마다 찾아오는 '내글구려병'은 당장이라도 글쓰기를 포기하고 싶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 글은 삐까뻔쩍(규범표기는 아니다^^)한데, 내 글만 왜 그렇게 초라해 보이는지 자신감 상실에 자존감 쪼그라드는 소리가 내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다.
내글구려병, 내가 쓴 글만 아주 구려 보이는 몹쓸병이다. 내글구려병에 빠질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겨진 자존감을 하나하나 펴줘야 한다. 그런 다음 햇빛에 바싹 말려주어야 하는데, 그럴 때면 나는 컴퓨터를 끈다.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카페 라테 한잔 마시고, 글은 별로 없고 그림이 많은 책이나 잡지를 읽으며 마음에도 여유 공간을 만들어놓고, 산책을 나간다. 가끔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건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는 것이다.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쓴 다음 컴퓨터를 다시 쓴다. 글을 다시 쓸 때는 한 문장 쓰고 다시 처음부터 읽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주르륵 쓰는 것을 추천한다. 글의 완성도보다는 글을 끝까지 쓰는 것에 의의를 둔다.
더 중요한 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잘하려고도 하지 말고 '힘 빼고 쓸 것'.
그냥 써야 하는 것이다.
혼자서 해결이 안 될 때는 아무런 비판이나 비난 없이 자신을 응원하거나 칭찬해 줄 누군가에게 톡을 하거나 전화를 하는 것도 좋다. 가족이든 친구든 상관없다. 아니면 인터넷 공간에 해도 된다. 나는 종종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데, 다들 어찌나 살갑고 다정하게 위로를 해주는지 가라앉았던 기분이 분기탱천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좌절 금지!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해 주면 좋겠다.
우리는 종종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닐까. 글쓰기조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