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Aug 18. 2021

골프 스윙할 때 두 번째로 중요한 것

골프를 시작한 지는 3,4개월 정도 되었고 강습은 14회 받았다. 워낙 배우는 데 소질이 없는 터라 무엇을 배우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서 서두르지 않는다. 미리 선생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리고 시작하는데, 선생님도 처음에는 알았다고 하지만, 가르치다 보면 몹시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는 나는 괜찮은데 말이다. 

골프를 칠 때는 정말 오만 가지 다 신경을 써야 한다. 골프채를 잡는 것부터 공과 나 자신과의 거리, 또 백스윙을 할 때의 자세, 스윙을 할 때의 팔 위치, 피니시 동작을 할 때의 발 위치와 손 동작 등 진짜 공 하나 칠 때마다 머릿속은 알파고급으로 두뇌를 풀 가동해야 하는 것이다. 골프채가 열 개 넘게 있는데, 골프채마다 골프공과의 거리도 다 다르다. 

그래서 한 번 스윙을 하면 내가 미처 하지 못한 동작이 생각나서 자꾸자꾸 스윙을 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사법고시 보는 사람이 조금만 더 하면 시험에 합격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험에 계속해서 도전하게 되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골프 선생님이 말하기를, 골프 스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머리만 움직이지 않으면 눈을 감고도 공을 칠 수 있단다. 그 말 듣고 나도 해봤는데 정말 눈 감고도 칠 수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 공을 눈 감고 칠 수 있다는 게 별일이냐 싶겠지만 눈을 떡하니 뜨고 치는데도 헛스윙을 휘두를 때가 종종 있다. 확실히,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공을 끝까지 보면 평타는 친다.

골프 스윙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게 있다. 그건 바로 '배짱'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휘두르는 것. 겁먹지 않고 빵빵 휘두르는 거. 그게 골프 스윙을 잘할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이다. 나도 처음에 드라이버를 잡았을 때는 무서웠다. 채가 길어서 그런지 몰라도, 7번 아이언만 치다가 드라이버를 휘두르는데 마음이 잔뜩 위축되었다. 당연히 폼도 엉망이고 공도 제멋대로 날아갔다. 

여전히 폼도 엉망이고 골프공은 제멋대로 날아가지만, 이제는 겁내지 않고 친다. 특히 드라이버를 칠 때는 공을 딱 칠 때 시원한 마음까지 든다. 비록 아직 좁은 연습장에서만 휘두르는 거지만 스트레스도 조금은 날아가는 듯하다. 

너무 겁먹지 말고 지레 걱정하지 말고 '될 대로 되어라!'라고 마음 먹는 건 골프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 듯싶다. 특히 나처럼 걱정을 달고 사는 사람한테는... 이 생각을 십대나 이십대나,, 적어도 삼십대에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다, 지금이라도 했으니 되었다. 

될 대로 되겠지.



작가의 이전글 삶의 소소한 행복이 묻어나는 '매거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