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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Sep 10. 2021

어쨌든 골프, 어드레스만 세 번째

어떤 일이든 재미있으려면 잘해야 한다. 공부도 그렇다. 성적이 올라야 공부 재미도 붙는 법이다. 골프도 그럴진대, 나는 실력이 늘지 않으니 도통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으니 연습도 잘 안 하게 되고, 그러니 당연지사 골프를 잘 못 친다.

골프라는 게 이상해서, '나 좀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싶으면 다시 엉망이 된다. 그런데도 매일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휘둘러야 한다. 그게 또 연습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잘못된 폼으로 연습만 들입다 한다면 그 또한 대략난감이다.

소심한 변명을 하자면, 억울하게도 골프를 시작하고 15회 레슨을 받는 동안 선생님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 덕에 난 골프채 잡는 첫 번 번째 동작인 어드레스만 세 번째 하고 있다. 선생님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달라서 선생님이 바뀌면 어드레스부터 다시 시작한다. 오마이갓!

물론 내가 엄청 잘 친다면야 선생님들이 죽죽 진도를 나갔겠지만, 골프 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몸치여서 처음이나 지금이나 실력 차이가 거의 없다.

첫 번째 선생님은 그립(골프 손잡이)을 잡는 왼손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왼손으로 그립을 쥘 때 세 번째 튀어나오는 뼈 같은 부분이 정면에서 보여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말은 쉽지만 이 위치를 잡는 게 영 어색하다. 사실 골프 동작은 다 어색하다. 그래서 어렵다. 몸이 익히기까지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

두 번째 선생님은 좌우 어깨가 정면과 수평이 되는 것, 백스윙(백스윙이란 골프채를 드는 동작이다)을 시작하자마자 손목을 꺾어야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세 번째 선생님은 그립 잡을 때 왼손의 위치를 중요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백스윙을 할 때 다리에 힘을 단단히 주어서 스프링처럼 천천히 올라간 다음 반동으로 다운스윙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다운스윙을 하기 전에 왼쪽 엉덩이를 옆으로 돌려 팔이 내려올 공간을 만들어주라고 하는데,, 나는 대체 이 동작이 안 된다. 이때 손목을 풀지 말고 왼쪽 앞으로 손을 끌고 와서 재빨리 손목을 닫아주란다. 팔을 왼쪽 앞까지 쭉 밑으로 끌고 내려오지 않으면 뒤땅(골프공 뒤에 골프채 헤드가 맞는 것)이 나고, 손목을 빨리 닫지 않으면 공이 오른쪽으로 날아가버린다.

선생님 말씀을 머리로는 알아듣는데 몸은 대체 알아먹지를 못하니 문제다.

흠. 골프는 과학인가, 파워인가,, 체력인가,, 도대체 모르겠다. 더구나 쓰고 보니 "골프를 글로 배웠어요~"가 되고 말았다.

골프도 그렇지만 세상사 그냥 얻어지는 게 없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한다면 잘하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양궁 안산 선수의 말이 생각난다.

"쫄지 말고 대충 쏴."

골프도, 살아가는 것도 그렇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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