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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Sep 28. 2021

일의 첫 마음을 찾고 싶다면! <중쇄를 찍자!>

나는 어릴 때부터 만화책을 좋아했다. 만화방에 가서 죽치고 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집에 빌려와서 오빠언니들이랑 돌려가며 봤다. <안녕 미스터 블랙>, <오디션>, <아르미안의 네 딸들> 같은 달달한 순정만화부터 박봉성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진짜 사나이들> 등 기업만화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섭렵했다. 좀 커서는 <미스터 초밥왕>에 빠졌고, 성인이 되어서는 <신의 물방울>을 사서 읽고 또 읽었다. <킹덤> 김은희 작가는 어릴 적 만화방에서 만화 보다 쓰러지기까지 했다던데. 그 정도는 되어야 <킹덤> 같은 작품을 쓸 수 있나 보다.


최근에 내가 빠졌던 만화는 <중쇄를 찍자>다. 만화책보다는 일본 드라마 <중판출래>로 더 유명하다. '중쇄를 찍다'가 아닌 '중쇄를 찍자'가 제목인 것만 봐도 중쇄를 찍기까지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정말 다들 팔 걷어붙이고 일할 것만 같다. 모든 출판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제목이기도 하다. '중쇄를 찍자'


주인공 쿠로사와는 유도선수를 하다 부상을 당하고 '주간 바이브스'라는 만화책을 내는 출판사에 입사한다. 예전 우리 어렸을 때 유행했던 <챔프>나 <점프>와 같은 매체이다. '새끼곰'이라는 별명의 쿠로사와는 매 순간 밝고 유쾌하다. 파이팅 넘치고 열정으로 똘똘 뭉쳐 있어서 일할 때도 열심이고 사람들에게도 진심이다. 보통 편집자들은 책을 만들고 나면 직접적인 판매는 영업부에게 토스하기 쉬운데 쿠로사와는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서점 직원들과 친분을 쌓고 판매를 높이기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는 행동들이 꽤 인상 깊었다.


이 책에는 출판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인물들이 등장한다. 출판사 내에 편집자, 영업부 직원, 작가인 만화가, 서점 직원, 출판사의 외주 업체, 만화가 지망생, 심지어 '주간 바이브스'의 부록을 만드는 사람 등 다양한 직업과 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만화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 삶과 일에 대한 철학이 꽤 두툼하게 녹아 있는 데다 일에 대한 고민들을 다채롭게 펼쳐놓아 생각할 거리들이 많다. 또한 쿠로사와의 초긍정 에너지와 파이팅 넘치는 자세는 '나도 신입 때는 저랬었지.' 하며 일을 시작했을 때의 첫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세상이 변해도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다. 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 명대사들이 툭툭 튀어나와 재미를 더한다.


일하는 데 있어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일이 재미없거나 뭔가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순간, <중쇄를 찍자>는 가라앉은 기분을 업시키고, 일에 대한 의욕을 활활 타오르게 할 것이다. 누군가의 파이팅이 필요하다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읽는 나까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곧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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