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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03. 2021

눈에 보이는 것처럼 카피 쓰기

카피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눈에 보이게 써라', '낯설게 배치하라', '살짝 비틀어서 써라', '궁금증을 유발하라' 등이다. 그중 나는 눈에 보이게 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눈에 보이게 쓴다는 것은 글을 보는 순간 그 상황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이는 '관념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철 쌤의 <카피책>에서 가져온 다음 살펴보자.  

소득 주도 성장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머릿속에 확 꽂히지 않는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단어는 관념적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의미를 담은 카피를 다시 써보았다.

지갑을 채워주는 성장

지갑을 먼저 채워주어야 씀씀이가 늘어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번 들으면 무슨 뜻인지 바로 알 수도 있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기억되는 카피가 아닐 수 없다. 

머릿속에 그려지려면 쉬운 언어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구체적이어야 한다. 만약 '가장 맛있는 식사'를 머릿속에 그려지게 쓰려면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 '동생이 끓여주는 라면', '피시방에서 먹는 짜파게티' 이런 식으로 풀어서 구체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읽는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카피가 어려운 건 콜라를 콜라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뭔가 다른 말로 바꾸어야 한다. 좀 더 쉬운 말, 좀 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법한 말, 좀 더 궁금한 말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카피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정철 쌤은 학생들에게 말을 바꾸는 과제를 많이 내준다고 한다. 다음은 학생들이 '출입금지'를 다르게 표현한 말이다. 

반대쪽 손잡이 고장, 나오실 수 없어요

이것은 문이 아니라 벽입니다

경로를 재탐색해주세요

차렷! 뒤로 돌아! 그대로 직진합니다

큰 개가 있습니다. 뭅니다

관계자도 출입금지

들어가 봤는데 별거 없습니다

좋은 카피는 한 번에 떠오르는 법이 없다. 아무리 프로페셔널한 카피라이터도 여러 번의 워싱 작업을 거친다. 처음에는 관념적인 단어만 생각나더라도 여러 번 수정작업을 거치다 보면 점점 더 완성도 높은 카피가 나온다. 물론 말이 쉽지, 귀에 팍팍 꽂히는 카피를 쓰거나 제목을 뽑는 건 정말 뼈때리는 고통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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