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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02. 2021

'책 읽는 인간'에서 '책을 만들어 파는' 인간으로

<갯마을 차차차>를 보니 치과의사인 신민아는 인생 로드맵을 쫙~ 계획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는 인생 로드맵을 계획해 놓고 살아가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사는 게 삶의 목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일은 안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싶은데,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내가 좋아하는 일하면서 사는 걸로 내 자신과 타협을 했다. 

올해 3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배우고 싶었던 프리미어프로와 에프터이펙트도 배웠고, 카피라이팅 수업과 전자책 제작 수업도 들었고, 블로그도 시작했고, 골프도 배우고 있다. 물론 '컨셉진' 강의는 아직 다 못 들었고, 원하는 만큼 책을 많이 읽지도 못했으며, 드로잉 수업은 시작하지도 못했고, 그리던 그림책은 손도 못 대고 있다. 그뿐인가, 올해 말까지 완성하기로 했던 이모티콘 제작은 머릿속으로만 하고 있다. 

그래도 내 삶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을 떼자는 의미에서 며칠 전에 출판사 신고를 하고 왔다(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아서다^^). 어제 신고증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다녀왔다. 9월 28일이나 29일, 10월 2일이나 3일이 아닌, 10월 1일 날짜로 하고 싶었는데, 원하는 대로 딱 10월 1일이 창립기념일이 되었다. 마음에 쏙 든다. 국군의 날이라니, 기억하기도 쉽다. 

출판사 이름은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너무 생소하거나 거창한 뜻을 품기보다는 부르기 쉽고 풋풋한 냄새 내지 않는 걸로 했다. 회사를 시작하는 게 출판계에 한 획을 긋는다거나 독서 인구 저변 확대 등 그런 거창한 목표가 아니기에 그냥 곁에 늘 있었던 것 같은 이름이 잘 맞을 듯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엘리북스'다. 단순히 책만 낼 건 아니기에 '엘리콘텐츠'라고 할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지는 '엘리북스'로 결정했다. 

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나는 몇 가지 이유로 창업을 망설이고 있었다. 첫째는 독서 인구 감소로 사람들이 책을 안 산다는 것. 둘째는 서점에 가보면 이미 양질의 책이 너무나 많다는 것. 셋째는 일인출판사인 만큼 할 일이 많을 텐데, 너무 열심히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 외에도 너무나 많지만,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시작했다.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세상 떠날 날이 왔을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을 꼽으라면 내가 좋아하는 책을 기획하고 만들고 팔지 못해서 후회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수익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니 책 출간 일 말고도,  편집이나 디자인 외주일도 하고, 그림책도 완성하고, 책도 쓰고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 시간이 쌓이다 보면 내 삶은 또 나를 어디론가로 데려다 놓겠지. 아직 가보지 않았으니 그 길이 가시밭길인지 꽃향기 뿜뿜 나는 꽃길인지 알지 못한다. 그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겠지만 내가 선택한 만큼 많이 즐기면서, 기꺼이 즐겁게 과정을 즐기고 싶다. 일을 벌여놓았으니 걱정은 나중에 하는 걸로!^^

<팁> 출판사 신고하기!

출판사 신고는 구청에 가서 하면 된다. 나는 고양시에 살고 있으므로 덕양구청으로 갔다. 지역에 따라 처리하는 부서가 다르다. 문화예술과나 문화체육과에서 많이 하는데, 덕양구청은 산업위생과에서 처리한다. 덕양구청 5층에 올라가면 복도에 책상이 몇 개 있다. 코로나 시국이라 담당자가 복도로 나와서 상담을 하는 구조다. 산업위생과로 전화해서 출판사 신고하러 왔다고 하니 담당자가 복도로 나왔다. 

출판사 신고서가 구청에도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프린트를 해서 미리 적어갔기에 바로 제출했다. 서류를 받은 담당자가 검토하고 나한테 다시 돌려주는데, 그걸 갖고 다시 1층 민원실에 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며칠 뒤에 신고증이 발부되었다는 문자를 보내준다. 나는 9월 28일에 접수했고 10월 1일에 발부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다시 덕양구청 산업위생과에 방문해서 출판사신고확인증을 받아 1층 민원실로 가서 27,000원을 내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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