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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06. 2021

내 삶에서 '두려움'을 빼버리기로 했다

"언니, 나 두고 내리지 마."

몇 살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보다 네 살 많은 언니와 둘이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갈 때면 나는 늘 언니한테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그 당시 버스에는 버스비를 받는 안내양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안내양이 웃었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와 둘이 갈 때는 그런 얘기를 안 했는데, 유독 언니랑 갈 때만 그런 얘기를 한 걸 보면 보호자인 언니가 나를 빼놓고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덥지 못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나는 겁이 많았다. 용기도 없고, 도전정신도 부족했다. 지금도 변화를 싫어하고 안정적인 걸 좋아해서 운전을 해도 아는 길로만 다니고, 새로운 곳에 가려면 무척 큰 용기가 필요하다. 셀프주유소도 혼자 안 가고 남편한테 부탁하거나 남편을 데리고 갈 정도니 말 다했다.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았던 걸 보면 타고난 성향이 그런 듯하다. 성실은 하지만 그뿐이다. 


그래서 결심한 게 있다. 내 삶에서 '두려움'을 빼버리기로 한 것이다. <도시남녀의 사랑법> 은오처럼. 두려움 많고 용기 없는 은오는 남자친구의 배신과 입사 취소로 무작정 양양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기존의 은오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선아로 살면서 지창욱을 만나 사랑하며 '두려움'과 '걱정'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마음속의 두려움을 지우려고 김지원처럼 굳이 양양까지 갈 것도 없고, 그동안 두려워서 안 해보고 못 해봤던 걸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다신신도시에 있는 현대아울렛까지 혼자서 다녀왔다. 여전히 외곽순환도로에서 북부간선도로 타는 게 헷갈렸고,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티맵이 살짝 이상한 데로 안내하기도 했지만, 비가 오고 차가 많이 막히는 안 좋은 여건 속에서도 무사히 잘 다녀왔다. 긴 터널이 많아 불안증세가 살짝 올라오기도 했지만, 의연하게 잘해 냈다. 


한 10년쯤 전에, 아니 20년쯤 전부터 하나씩 시도했더라면 내 삶도 지금이랑 많이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10년 뒤가 아니라 이제라도 '두려움'을 지우기로 마음먹었으니 됐다. 이러다가 서핑 배우겠다고 양양 갈지 누갈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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