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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09. 2021

나의 작은 추억, 뽑기와 달고나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 보면 '뽑기' 게임이 나온다. 배우 이정재가 침으로 뽑기를 핥았던 장면은 정말 몰입도 최고였다. 


어릴 때 뽑기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 앞에 뽑기와 달고나를 파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나는 학교 끝나고 거의 날마다 드나들었다. 요즘에는 뽑기와 달고나의 개념이 살짝 모호하게 쓰인다. 딸아이는 뽑기를 달고나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아봤더니 표준어가 아니어서 나와 있지 않았고, 우리말샘에 보면 달고나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달고나

「001」불 위에 국자를 올리고 거기에 설탕과 소다를 넣어 만든 과자.


그러면서 사진까지 친절하게 넣어두었다. 


그런데 저건 내가 알고 있는 달고나가 아니다. 분명히 저건 뽑기다. 달고나는 뽑기보다 비쌌다. 뽑기는 20원, 달고나는 5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달고나는 뽑기보다 좀 더 큰 국자에 하얀 덩어리를 넣어 소다를 넣으면 뽑기보다는 좀 더 옅은 색이 된다. 지금의 카페라테 색과 비슷했다. 아니, 그보다 좀 더 하얀색이 더 들어갔다. 


맛은 달달하면서도 우유가 들어간 맛? 암튼 뽑기의 쨍한 맛과는 다른 좀 더 고급진(? 50원이 고급져 봤자지만^^) 맛이 났다. 뽑기는 할아버지가 찍어준 대로 모양을 잘 본떠야 하지만, 달고나의 매력은 개인이 알아서 나무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서 만들어 먹었고, 다 먹고 나서 살짝 묻어 있는 달고나 국자에 할아버지가 물을 부어주면 연탄불 위에 국자를 올려놓고 달고나를 다 먹은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는 거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맛은 있었지만, 그리 위생적이지는 않았던 듯하다. 아이들이 국자 몇 개 가지고 돌려 먹었으니, 병에 걸리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위키사전에 찾아보니 달고나의 주 재료는 설탕(포도당) 덩어리라고 한다. 


달고나는 국자 위에 깍두기 모양을 한 하얀 설탕(포도당) 덩어리를 얹고 연탄불로 녹인 뒤 소다 가루를 넣어 휘저어 먹던 1960년대 ~ 1970년대 어린이들의 인기 먹거리이고, 뽑기는 설탕을 녹인 것에 소다 가루를 조금 넣고 납작하게 눌러서 만든 먹거리이다. 


그나저나 달고나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참 달달하면서도 운치 있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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