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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25. 2021

얼음땡놀이(feat.선택받지 못한 자의 슬픔)

<오징어게임>의 여파로 추억의 놀이가 요즘 핫하다. 

추억의 놀이 중 생각나는 게 '망까기'랑 '얼음땡놀이'다. 

망까기는 비석치기라고도 하는데, 네모다란 돌을 하나씩 정해서 세워놓고 손으로 던져 상대방 돌을 쓰러뜨리는 놀이다. 잘은 생각이 안 나지만 놀이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동네 아이들이랑 모였다 하면 이 놀이를 했다. 

사람이 많을 때는 얼음땡놀이를 했는데, 얼음땡놀이는 요즘 아이들도 놀이터에서 종종 하나 보다. 

나에게는 얼음땡놀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하나 있다.  

예전에는 놀이터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동네 전체가 놀이터였다. 

얼음땡놀이는 술래가 치기 전에 "얼음!"이라고 말하고 다른 아이들이 "땡!"이라고 말할 때까지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데, 

예전에 동네 아이들이랑 얼음땡놀이를 할 때 술래가 계속 쫓아와서 좀 외진 곳에 있는 데까지 가서 내가 "얼음!"을 했다.

문제는 내가 있는 곳까지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는 거다. 아무도 "땡!"을 해주지 않아 울면서 집에 온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가서 다시 아이들이랑 같이 놀아도 될 법한데, 

아무도 "땡!"을 안 해줬기에 아이들 노는 데 합류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집에 가서 엄마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 

엄마가 우는 나를 위로해 줬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이 기억을 떠올린 건 박성우 시인의 <사과가 필요해>라는 청소년 시집을 읽으면서다. 

꼭 같은 상황은 아닐지라도 그때의 소외감? 슬픔? 그런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예전에 이 시를 아이한테 읽어주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눈싸움

눈이 그치고 햇볕이 났다

쉬는 시간에 우리는 우르르

운동장으로 몰려 나가 눈싸움을 했다

장갑을 끼고 나온 애들도 있었지만

맨손으로 눈을 뭉치는 애들도 적지않았다

눈이 그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눈이 잘 뭉쳐지지는 않았다 그랬지만

꼭꼭 누르다 보면 얼추 모양이 나왔다

애들은 모두 신나게 눈싸움을 해댔다

평소 친한 애들끼리

눈 뭉치를 들고 쫓고 쫓기며 깔깔거렸다

인기가 많은 몇몇 애들은 아예

눈사람이 되어갔다 아쉽게도

내게 날아오는 눈 뭉치는 없었다

눈 뭉치를 던지고 도망치고는 했지만

나를 향해 눈 뭉치를 던지는 애는 없었다

혼자 넘어지며 도망치다 보면

따라오는 애가 없어 좀 민망하기도 했다

아슬아슬하게 내 옆으로

날아가는 눈 뭉치가 있긴 있었지만

나를 향해 던져진 눈 뭉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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