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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Oct 28. 2021

처음 가본 파3 골프장, '클럽 2200'

어제 처음 파3라는 곳을 가봤다. 한마디로 미니 골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공이 멀리 나가는 드라이버는 칠 수 없고 아이언만 갖고 치는 곳이다. 

어제 간 곳은 파주 해이리에 있는 '클럽 2200'이라는 곳으로, 인도어와 파3가 같이 있다. 주차는 편하고 시설은 낡았다. 인도어도 시간제가 아니라 80개 한 바구니당 가격을 매겨서 시간 제약에 따른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다. 공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패달을 한 번씩 밟아야 공이 굴러 나오는 시스템이다. 드라이버를 치는 게 아니라면 아예 공을 옆에다 놓고 치는 게 번거롭지 않다. 


인도어에서 세 바구니, 즉 200개 넘는 공을 치고 나서 파3를 시작했다. 

전날까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가방을 들고 가야 할지 고민하고 주위에 물어보고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막상 가서 보니 혼자 괜히 힘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상은 다들 부담없이 입고 오는 분위기다. 정식 필드처럼 치마에 반스타킹이라도 신고 왔다면 눈에 확 띌 뻔했다. 보통 머리 올리지 않은 사람들이 올 때 갖춰 입고 온다고 한다. 나는 골프 상의에 까만색 면바지를 입었는데, 아주 자연스러웠다. ^^ 

파3에서는 골프 클럽 전체를 갖고 다니지 않는다. 몇 개만 담아서 다닐 수 있는 통 같은 게 준비되어 있어서 거기에 7번, S, P, 퍼터만 갖고 다녔다. 

필드에 나가면 파우치라고 해서 가방을 들고 다니는데, 파3에서는 가방이 필요하지 않다. 공을 칠 때 마땅히 둘 데도 없어서 갖고 다니면 번거롭다. 간단히 핸드폰만 주머니에 꽂고 다녔고, 골프공은 클럽을 넣는 가방에 넣고 다녔다. 골린이들은 공이 똑바로 안 가고 오른쪽으로 많이 빠지므로 공을 좀 여유 있게 갖고 다니는 것이 좋다. 첫 번째 게임 때 공을 아주 많이 잃어버렸다. ^^


파3에는 캐디도 없다. 어제 간 곳은 9홀이었는데, 한마디로 아주 분주하게 두 바퀴 돌고 왔다. 아홉 개의 홀이 연달아 있기는 하지만, 비탈진 곳을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해서 바쁘기도 했고, 또 같이 간 일행이 나 포함 세 사람이라 남자 둘이 왔던 뒤 팀에 쫓기듯 다녔다. 모래밭으로 된 벙커도 있어서 실제 필드에서 벙커에 공이 빠졌을 때 대비하기에 좋다. 홀마다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적혀 있어서 어느 골프채로 쳐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래도 처음 가본 것치고는 버디도 두 번이나 했고, 30미터 거리를 S로 쳐서 홀에 들어가는 믿지 못할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골프를 잘 치는 사람과 실력 차이를 줄이려면 퍼터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은 하루아침에 잘 치게 되는 게 아니라서 실력을 많이 쌓아야 한다. 그렇지만 퍼터는 다르다. 연습하는 대로 실력이 금방 는다. 물론 나 같은 골린이는 그것도 쉽지 않다. 평소 퍼터 연습을 꽤 했는데도, 조심성 많은 성격은 골프에서도 실력 발휘를 해서 넣는 족족 힘이 덜 들어가서 한 번에 넣는 기회를 여러 번 놓치고 말았다. 

골프에서 중요한 건 멀리 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그것보다 중요한 건 원하는 방향으로 치는 거다. 아무리 멀리 쳐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간다면 오비가 나버린다. 

삶도 그렇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인도어와 파3 총 비용

인도어 볼 3박스 21,000원

파3 2게임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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