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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Dec 05. 2021

마음이 힘들면 몸이 말을 한다, 편두통의 변명

5,6년 전부터 심하게 나를 괴롭히는 녀석이 있으니 편두통이다. 처음에는 편두통인지도 모르고 당했다. 아무리 두통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았고, 구토를 달고 살았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빈혈 수치가 너무 낮다면서 수혈 처방을 해주었고, 내가 많이 아파보였는지 일반 병동이 아닌 암병동에서 수혈을 받고 진료를 받게 해주었다. 수혈을 받는데 주위 베드에 계신 분들은 모두 항암제를 맞고 계셨다. ㅠ

친정에서 며칠 지내고 집으로 갔는데, 두통은 주기적으로 왔다. 그러다 동네 병원에서 일반 두통이 아닌 편두통이라면서 편두통약을 처방해주었다. 편두통약을 먹으면 두통은 가라앉았지만, 몸상태가 전체적으로 좀 이상했다. 아마도 편두통약이 혈관을 넓혀주는 역할을 해서 그랬나 보다. 내 몸에는 그 편두통약이 맞지 않았다. 

편두통이 한번씩 찾아오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지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일주일씩 그렇게 아팠다. 그렇게 일 년쯤 지났을 때 아이 다니는 소아과에서 편두통 상담을 했더니 의사쌤이 본인도 편두통이 심했다면서 약을 처방해 주었는데, 그 약이 나한테도 너무 잘 맞아서 지금은 편두통 증상이 있기 전 전조증상이 올 때마다 약을 먹는다. 그러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지금은 이사 와서 예전보다 멀어졌지만, 나는 약이 떨어지면 그 소아과에 가서 약 처방을 받는다. 

편두통 전조증상은 눈이 빠질 것처럼 아프다는 거다. 예전에는 편두통이 시작되면 구토를 했는데, 그 약을 먹고 나서는 편두통 때문에 구토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머리가 좀 아플 것 같다 싶으면 골프를 치는 것도 효과가 있다. 몸에 힘을 주어 공을 치면서 혈액순환이 잘되나 보다.ㅋ 공이 잘 맞을 때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

얼마 전 건강검진할 때 수면내시경하고 편두통이 심해진 적이 있다고 했더니, 병원에서는 내시경하는 동안 내 코에다 산소를 공급하는 것을 끼워주었다. 그랬더니 위 내시경이 끝나고 나서 머리가 아주 맑고 가뿐해지는 게 아닌가. 그 이후에는 헬스장에 가면 물구나무서기 하는, 일명 '꺼구리'를 하고 있다. 

편두통이 시작될 때 산책을 하면서 몸을 이완시키는 것도 좋다. 좋은 공기 마시며 산책하다 보면 머리가 조금은 개운해진다. 

골프도 좋고, 산책도 좋고, 물구나무서기도 좋지만, 편두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약을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 덜 아플 때 약을 먹어야 효과도 빠르고 통증도 심하지 않다. 편두통이 오래 계속되지도 않는다. 

어느때는 전조증상 없이 편두통이 시작되기도 하고, 약을 먹어도 바로 효과가 없기도 하다. 그래도 하루이틀 지나면 조금씩 괜찮아진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음은 말을 못하니 몸으로 말을 하는 것 같다.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거나 일 그만 하고 쉬고 싶을 때면 편두통이 알아서 찾아오는 게 아닌가 싶다. 

몸이 아프기 전에 마음 먼저 살펴보고, 스트레스를 조금은 줄여줄 수 있는 것을 많이 하고, 기분 좋은 일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살아야겠다. 인생 뭐 있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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