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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Dec 06. 2021

올해 가장 좋았던 일, 자매여행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날 때 실감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곁에 있어서 너무도 당연하기에 우리는 가족이 주는 따뜻함과 묵직한 존재감을 잊어버리곤 한다. 그뿐인가, 남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마지막까지 내 편이 되어줄 사람한테 아무것도 아닌 일에 짜증을 부리고 상처를 준다. 부모님이 그렇고 형제자매가 그렇다. 물론 남편이나 아내한테도 그렇다. 


큰언니가 아픈 지 일 년하고도 몇 달이 지났다. 생각해보니 그리 나는 친절하고 좋은 동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언니한테 좀 더 살갑게 굴지 않은 동생이었던 게 후회되고,  추억 몇 개 만들어놓지 않은 게 안타깝다. 언니랑 같이 눈 마주치고 얘기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되리라고는 그때는 생각도 못했다. 

뭘 그렇게 바쁘게 사는 척했을까.  


돌아보니 엄마부터 언니들, 형부들, 조카들 이렇게 다 같이 놀러간 적은 있어도 자매끼리 여행을 가본 적은 없다. 큰언니는 못 가지만 언니들이랑 함께 얼마 전에 여행을 다녀왔다. 소위 '자매여행'이다. 강원도에 한 번, 영종도 네스트호텔에 한 번. 강원도에서는 바닷바람 실컷 쐬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수다도 떨고, 솔비치 뷔페에서 신선한 회부터 달달한 디저트까지 잔뜩 먹고 왔다.


네스트호텔 호캉스는 정말 좋았다. 일단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고, 오션뷰 룸이었는데 침대에 누워서 일출과 일몰을 둘 다 볼 수 있다. 정말 환상이다. 조식 뷔페는 가짓수도 적당하고 맛있다. 특히 계단식으로 탁자가 놓여 있어서 통유리창을 통해 해가 떠오르는 것을 감상하며 아침 식사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압권은 야외수영장과 사우나다. 수영장에는 안 갔지만, 사우나에는 우리 자매들밖에 없어서 탕에 몸을 담그고 수다를 떨었다. 사우나에 작게 노천탕이 있는데, 하늘에 총총 떠 있는 별을 보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네스트호텔 호캉스는 언니 생일이라고 조카가 예약해준 거다(녀석, 정말 잘 컸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퍼블로그에서 포토북을 만들어 추억을 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포토북 만드는 건 내 담당인데, 만들 때는 좀 귀찮고 번거롭지만, 만들고 나서 한 권씩 나눠 가지면 뿌듯하고 좋다. 


후회는 늘 하게 마련이지만, 있을 때 못해주어 생긴 후회는 마음속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있을 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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