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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Dec 25. 2021

맞춤법_바라 / 바래

예전 <무한도전>에서 아침에 모일 때 '일찍 와주길 바라'라는 코너를 했다. 집합장소에 커다란 시계를 달아놓고 멤버들이 오는 시간을 보여주는 코너다. 항상 했던 건 아니고 불시에 한 번씩 진행했는데 지각하는 이유를 대는 멤버들의 변명도 웃음 포인트였지만, 유재석이 멤버들의 변명을 정확히 예측해서 배꼽이 빠져라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지각을 많이 한 멤버는 정준하와 박명수였는데, 정준하는 오자마자 "내가 일찍 올 때는 왜 이런 코너 안 하냐!"와 "최 코디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변명이 대부분이었다. 박명수는 "미안합니다."라고 공손하게 사과했고, 하하는 "내가 정말 많이 배웁니다."로 시작하는 변명이었다. 


이 코너 이름이 원래는 '일찍 와주길 바래'였는데, 맞춤법이 맞지 않는다고 하여 나중에는 '일찍 와주길 바라'로 바귀었다. '바래'라고 하면 '바라다', '부탁한다'의 의미가 잘 실려 있는 데 반해, '바라'라고 하면 딱딱하면서도 왠지 모를 강압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래서 '바라'라고 하면 의도하는 그 맛이 안 살아나는 느낌이 있다. 그래도 맞춤법이 '바라'가 맞으므로 종결형으로 올 때는 '바라'라고 쓰는 게 맞다. 


'원하다'의 의미로 많이 쓰이는 '바라다'는 '바래다'로 쓰이지 못한다. '바라', '바라요', '바랐다', '바람'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바라'는 '바라다'에 종결어미 '아'가 붙는 형태여서 '바라'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즐겨 쓰는 '가다'라는 동사가 있다. '나 마트에 '의 경우에서도 보면 '가다'에 '아'가 붙은 형태여서 '가'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가다'에 어미 '아'가 붙어 '나가'로 쓰이는 것처럼 말이다. 


바라+아=바래(X)

바라+아=바라(O)


바라+았=바랬(X)

바라+았=바랐(O)


일찍 와주길 바래(X)

일찍 와주길 바라(O)


'바래다'가 맞지 않는 단어는 아니다. '색이 변하다'라는 의미나 '일정한 곳까지 배웅하다'의 의미로 쓰일 때는 '바래다'로 쓰인다. 다만 '원하다'의 의미로 쓸 때는 '바라다'가 맞는 표기다. 

그런데 어감이 살짝 이상한 감은 있다. '자장면'이 바른 표기지만 '짜장면'도 허용하는 것처럼 '바라'가 바른 표기지만 '바래'도 허용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바라'는 정말 영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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