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너는 눈을 뜨고 잔다, 무엇을 잊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무엇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을 기억하면 무엇은 지워질 수밖에 없고, 무엇을 지우면 무엇이 기 날 수밖에 없다. 억새밭 복판에서 너는 잠든다. 흔들리는 억새가 네 눈에 아른거리나, 꿈도 생시도 네겐 없어. (질식은 양발잡이일까? - 뜀박질 혹은 산보.)
박 상, 거기 홀로 누워 무엇합니까,
박 상, 발 디딜 곳 여주 없습니까,
물러가라, 박 상이 등장할 지면은 더 이상 없어.
바람은 불고, 억새는 드러누웠다가 더욱더 드러눕고, 아주 드러누운 네 사지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너 는 애쓴다; 흔들리는 이 사지, 내가 해결해 주겠다고.
한데 어떠한 방법이 진정 네게 필요한 것인가, 너는 중얼거린다; 모르겠어, 너를 깨우는 것과, 너를 내버려두는 것. 무엇이 너를 위한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박지일(1992-) 은 1992년 창원에서 출생했다.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립싱크 하이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