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손 시린 날 역 근처를 헤매다가
툭 하면 끊어진 머리카락처럼
우리는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다
함께 하는 행동에
늘 석류알 같은 다짐이 필요했지만
때로는 네가 찾아오고 때로는 내가 찾아갔다
흰 셔츠를 입고 잠이 들어도
나무는 한쪽으로만 기울어졌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하나씩 형체를 잃어 가고
배게 깊숙이 스며들었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숨이 찼다
겹겹이 무너진 외벽 틈으로
서로에게 내민 손이 거미줄에 걸렸다
우리는 이대로가 괜찮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귓가에서 속삭이는 말들은
단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
나는 혓바닥 위에 돋아난 초록을 보여 주지 않을 생각
깔리거나 차이거나
칼을 든 사람이 우리보다 먼저 일어나기에
눈 감아야 나타나는 반짝이들처럼
우리는 서로를 씻어 준 적이 없어서
그 어디서도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목이 마르고
너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꾸 긁으면 터지는 물집처럼
우리의 온기가 떨어지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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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세벤 파덴은 터키 출신으로 현재 한국의 단국대학교 박사과정에서 한국문학을 연구중이다. 2022년 <시작>을 통해 등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