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번부터 읽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중요한 번호에 한국문학의 고전을 놓는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탄 지금은 한국 문학이 세계문학의 흐름에서 중요한 한 지류로 흘러 나가리라는 전망에 대부분의 사람이 동의하겠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도 이런 의견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코덕들은 한류붐 이전에도 이미 한국 K뷰티의 우수성을 알고 있었듯, 문학팬들은 한국문학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식민지시대 문학에서 이미 빼어난 작품이 나타났었기에, 찐 문학팬들은 식민지시대 문학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비록 놀랍도록 세상의 관심을 얻지 못했지만) 활기차게 논의를 진행해 나갔던 것이다
사실 스레드를 시작하면서 나는 식민지 시대의 한국문학에 대해선 그저 안타까움을 느낄 뿐이었다. 고전 읽기가 붐이라며 읽는 책을 인증하는 많은 글들에서 식민지 시대 한국문학고전을 읽어보겠다는 글은 하나도 없었기에.
물론 거기엔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식민지 문학에 대해 주제, 인물, 시점 등을 기계적으로 외우도록 가르치는 주입식 문학교육으로 읽게 되다 보니 어린 학생들은 자기가 사는 시대와 동떨어진 재미없는 내용을 강압적으로 배우게 되어 작품과 작가에 대해 영 좋지 않은 인상만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어른이 되어서도 이들 작품들은 '수업시간에 한 번 읽었으니 됐어! ' 취급을 받으며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또한 같은 소재를 다뤄도 이 시대의 가난과 현대의 가난은 결을 달리하며, 우리는 나라 잃은 설움을 겪어본 적도 없고, 사진으로 붙여 넣은 염상섭작품에 나온 부분과 같이 이 당시의 소위 서울 사투리를 극복하며 읽어내는 건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러나 한 겹의 벽만 넘어서면 식민지 문학은 현대의 한국소설도 좀처럼 표현하기 힘든 파격과 자유로움, 조선에서 만주를 거쳐 유럽까지 갈 수 있었던 시대의 혼종성을 담고 있다. 식민지문학이 여전히 연구의 보고라 불리는 이유이다.
민음사의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예전 국어시간에 배웠던 작품 반과 덜 알려진 작품 반 정도로 구성되어 한번쯤 다시 자유롭게 한국문학의 고전을 읽어보고 싶은 어른 독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었다
자기가 돈을 벌고 사회의 매서움도 경험해 본 시점에서 이들 작품을 읽어보면 어릴 때 멋모르고 읽었던 그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또한 이 책에서 새롭게 읽어본 작품으로 이 작가가 이런 것도 썼구나 하는 발견이 있다면 좋겠다
무엇보다 식민지 시대의 소설들에 대해 내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모험심을 가지고 더 이것저것 뒤적거릴수록 재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효석, 김유정, 주요섭 같은 작가들은 교과서에 실린 착하고 무해한 작품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이기에 찾아볼수록 이 작가가 이런 걸 쓴 작가였어?! 하고 깜짝 놀라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집도 자주 쓸고 닦고 살아야 죽지 않고 살아가듯 소설도 그렇다. 한국어 네이티브인 우리가 읽어주지 않으면 누가 이 작품들을 아끼고 지켜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