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축축해졌어? 하고 처음 그가 물었을 때
그게 대체 뭐람? 하고 생각했어요.
한 번 살펴볼까? 하고 다시 물었을 때
매우 부끄러웠어요, 축축해졌으니까요.
맨 처음으로 나를 가지게 되었을 때
느끼고 있어? 하고 그는 물었지요.
그게 무엇인지 나는 아직 몰랐답니다.
아무 말 하지 않았어요, 느낌이 왔으니까요.
그저 나이 어린 소녀처럼 행동했어요.
(정확히 말해 4년 6개월 동안 한 남자와
그런 식으로 함께 살게 되었어요.)
허나 그를 통해 -그를 위해- 여자가 되었어요.
그와 함께 나를 사랑하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고 묻지 않았어요.
마침내 지금을 즐기는 방식을 배웠어요.
사랑이 변화될 수 있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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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가레테 슈테핀(margarete steffin,1908-1941) 은 독일의 작가이자 시인이고 배우이다
베를린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중학교를 마친 후 가정 형편으로 상급학교는 가지 못했다. 대신 졸업후 러시아어와 속기, 회계를 배웠다
1926년 독일 공산당과 협력관계였던 피히테에 가입하여 활동하다가 1931년 브레히트의 눈에 띄게 된다
1932년 브레히트의 <어머니>가 베를린에서 초연되었을 때 그녀는 하녀 역을 맡아 연기한다. 그 후 브레히트와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 시기부터 브레히트를 위한 소네트를 집필한다
그러나 브레히트는 유부남이었고 이미 다른 여배우와도 애인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슈테핀은 매우 괴로워한다.셋은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고 만나서 같이 행동하기도 하며 끝까지 브레히트의 작품을 함께 창작하고 번역하는 일을 한다.그 사이 슈테핀은 국적문제로 서류상의 결혼을 하기도 했다. 1941년 브레히트와 미국으로 가던 중 병으로 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