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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국화 / 한승원

시 읽기

by 박둥둥

늦가을 고향 뒷산 자드락 길에 피곤 하는 쑥국화 송이송이 따다가 말려 씁쓰름한 맛과 향기를 우려 마시려고 달려갔는데 소복 차림 서넛이 쑥국화 위에 하얀 밀가루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산골 다랑이 논 근처에서 땔나무 한 묶음을 머리에 이고 자드락 길 내려오다가

쑥국화 떨기 꺾어 킁킁 향기 맡던 홀엄씨,

시동생들 시집 장가 보내고, 유복자 하나 이끌고 광주로 가서 파출부 노릇 하며 대학엘 보냈는데, 금남로 피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돌아오지 않자, 하루도 빠짐없이 세 끼 밥 지어 차려놓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가슴에 든 푸른 멍이 피고름 되어 죽어, 시동생들이 그녀 유골 가루를, 산 다랑이 묵정논에 뿌리고 남은 것 몇 줌을 꿀벌 잉잉거리는 황금색 쑥국화 송이송이에 뿌려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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