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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아이>, 최적의 평론

이희주, <최애의 아이> 최다영, <비공굿:아이돌 2세>

by 박둥둥

최애의 아이, 최적의 평론-이희주, <최애의 아이>, 최다영, <비공굿:아이돌 2세>


벌써 여러 분들이 읽으신 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뒤늦게 읽었다. 젊은 작가상은 말 그대로 한국 문학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으로, 출범하고 난 뒤 작품집도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한국 문학의 중요한 상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기쁘다.


이 수상집에서 수상 작품들 뿐 아니라 하나 더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각 작품 뒤에 실린 젊은 평론가들의 해설이다. 젊은 작가만큼 젊은 평론가도 문학판의 사람들은 물론, 보통의 많은 독자에게도 이런 지면에 글을 싣는 게 소중한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간지에 싣는 본격 평론과는 달리, 너무 전문적인 글은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울 터이기에 수위조절과 간결함이 필요하다. 이런 젊은 평론가들의 글도 젊작상 수상집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아 왔다.


개인적으론 이번 수상집에선 <최애의 아이>가 가장 좋았는데, 우연인지 이 작품 뒤의 최다영 님의 평론도 평론들 중 가장 좋았다.

<최애의 아이>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정자를 구입하여 인공수정할 수 있는 길이 공식적으로 열렸다는 설정을 배경으로 한다. 남돌에 꽂혀서 최애의 아이까지 낳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팬심을 직중 주변인물들도 어이없어하며 바라보지만, 최다영의 글이 제대로 짚어낸 것처럼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의 욕망으로 임신을 선택하면서 저출산이란 명목으로 여성의 몸을 마치 아기를 생산도구처럼 취급하는 사회의 음흉한 의도를 비틀어낸다.

왜 최애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가에 대해 가면 쓴 대답을 준비했던 우미가 막상 실전에선 그저 그의 아이가 가지고 싶었다는 도발적인 대답으로 끝내버리는 (애초에 이걸 물어보는 의도 자체가 여성에게 질문하기 위함이 아니라 여성이 스스로 그럴듯한 대답을 지어내게 함으로 이 특수한 임신과 출산 역시 사회의 규범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 장면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다영은 이 메커니즘을 짧은 분량 안에서도 너무 어렵지 않은 그러나 꼼꼼한 분석으로 독자에게 소개한다. 특히 우미가 최애의 아이를 품는 장면을 섹스로, 마지막 반전으로 우미가 사회에서 배신당하는 장면은 강간으로 읽어낸 것은 정확했다.


다만 이 글을 읽은 내가 마지막에 떠올렸던 건 아마도 이미 이 거대 사기극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지 모르는 아이돌 유리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의 팬을 상대로 이루어질 사기극을, 강간을, 유리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을까. 또 거의 다 알고 있었다면 자신의 정자를 이용한 이 사기극에서 그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또 사인회에서 유리가 우미의 임신에 대해 실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최애의 아이>는 직접 묘사된 우미의 심리적 메커니즘뿐 아니라 우미의 임신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심리를, 가려진 부분은 남겨진 조각으로 추측하게 하는 젊은 소설이었다. 또한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묻고자 하는 것, ‘성관계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캐치한 최다영의 글도 역시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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