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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밖에 모르는 바보

마츠모토 타이요, 『동경일일』

by 박둥둥


뒤늦게야 읽게 된 마츠모토 타이요의 『동경일일』. 제목은 감성적이지만, 이 만화는 처절하다. 소위 ‘트렌드’에 떠밀려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 힘을 쥐어絞어 하나의 만화를 완성하려는 덕후들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만화라는 장르는 잔인하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누구든 도전할 수 있지만, 독자에게 먹히지 않는 상상력은 즉시 폐기된다. 반대로 독자에게만 먹힌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자유로움이 있지만, 여기에 상업성이 끼어드는 순간 만화판은 그 어떤 장르보다도 치열한 생존의 장이 되고 만다.


『동경일일』은 이 치열한 세계를 ‘도쿄’를 감성적으로 번역한 ‘동경(憧憬)’이라는 언어 속에 담아낸다. 은퇴한 만화 편집자 시오자와는 천천히 거리를 걸으며, 딱 한 번만이라도 상업성을 내려놓고 정말로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만화를 만들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한때 인기작가였지만 지금은 아파트 경비로 살아가는 인물은 시오자와의 제의를 듣고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며 울부짖는다. 반대로 육아와 직장일에 지쳐 대하 역사만화의 꿈을 잊고 지내던 이는 그의 제안으로 다시 창작의 불씨를 지핀다.


결국 이 만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인간에게 만화란 무엇인가? 한 인간이 모든 것을 바치고, 결국 잊히고, 상처받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솔직히 말해, 절찬에 절찬이 더해져도 100이 101이 될 뿐이잖아, 라고 삐딱하게 생각하는 나지만, 이 작품만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덕후의 뜨거운 마음을 울리는, 깊은 맛의 만화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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