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과자가 되어라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카스텔라가 양과자가 아니라 화과자 취급을 받는 걸 보고 약간의 문화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잘 생각해 보니 카스텔라는 서양의 영향으로 탄생한 화과자였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케이크 하면 떠오르는 흰 생크림 위에 빨간 딸기를 올린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탄생한 디저트이다.
일본에서 개량되기 이전에도 영국을 중심으로 차와 함께 즐기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이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케이크 부분이 우리가 아는 그런 부드러운 케이지가 아니라 스콘에 가까운 것이었고, 겉면 전체를 흰 생크림으로 덮지도 않았다. 또 생딸기가 아닌 잼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그때그때 계절에 따라 딸기가 아닌 다른 과일로 만드는 것도 흔했다.
이걸 개량해서 1922년 우리가 아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만든 것이 페코짱으로 유명한 일본의 제과점 후지야이다.
후지야의 사장 후지이가 미국에서 먹어본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를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면서 빵 부분은 부드러워졌고 생크림은 필수항목이 되었다.
여기에 후지이는 이 케이크가 일본의 케이크라는 점을 더 어필할 방법을 고심하다가 흰 생크림 케이크 위에 빨간 딸기를 올리면 전통적인 일본의 색감인 흰색과 빨간색의 대비가 나타나 양과자지만 일본의 과자라는 느낌이 날 것이라 생각하고 딸기를 올린다.
예상은 적중하여 큰 인기를 끈 후지야의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처음엔 좀처럼 맛보기 힘든 고급 과자였다. 그러나 전후 생크림의 유통과 보급이 늘어나고 결정적으로 경제발전으로 각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일본인의 마음에서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아무튼 케이크를 사야 하는 순간에는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케이크의 대명사가 되었다.
후지이 사장의 창업정신대로 전 일본인이 과자로 행복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