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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위광중

시 읽기

by 박둥둥


어렸을 적,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작디작은 우표였네

나는 여기에,

어머니는 저기에 계셨지

자라고 나니,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좁다란 선표였네

나는 여기에,

신부는 저기에 있었지

훗날,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나지막한 무덤이 되었네

나는 바깥에,

어머니는 그 안에 계셨지

그리고 이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야트막한 해협이 되어

나는 여기에,

대륙은 저기에 있다네


-위광중(余光中,1928-2017)은 중국 난징에서 태어나 타이완에서 대학을 나왔고 홍콩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근무했다.

오른손으로 시를 쓰고 왼손으로 산문을 쓴다는 시인의 말처럼 평생 성실하게 시와 평론을 발표했고, 무엇보다 분단된 중국의 현실에 안타까워하는 향수 시를 다수 발표하며 대륙과 타이완, 홍콩에서 모두 사랑받았던 시인이었다.

미국에서 발견한 포크 음악의 영향력에서 영감을 받아 좀 더 대중에게 음악처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창작하려는 시도를 했으며 그 결과인 <향수>는 쉬운 언어로 분단된 중국의 현실을 그린 작품으로서 중국의 교과서에 실린 국민시가 되는도 하였다.

2017년 지병인 폐암으로 타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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