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둥둥의 영화 드라마
넷플릭스 <아수라처럼>을 정주행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 부족했다.
바꿔 말하면 98%는 대만족이었다. 배우들도 조연까지 다 일본 최고의 배우들로 꽉 짜인 드라마에 영상도 그 시절 70년대 감성이 느껴지는 후지필름 사진 톤으로 이어져 아름다웠다. 내용도 나쁘지 않다.
배경은 70년대 도쿄로, 노부부의 성장한 네 자매가 중심이 되어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드라마이다. 실내흡연이 권장되고 여비서는 당연하게 남자상사의 담배취향을 파악해서 불까지 붙여주다가 결혼과 동시에 퇴사하는 사회.
네 자매, 그리고 이들의 부모가정은 각각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시작시점에서 네 자매 중 유일하게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가정을 꾸린 둘째 딸 마키코부부 집이다. 이들 정상부부가 그렇지 못한 나머지 가족의 문제를 수습하고 해결하는 게 드라마의 전반을 꾸려나간다.
네 자매 중 유일하게 둘째 마키코가 엄마와 서로의 고민을 터놓는 장면을 기점으로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마키코와 그녀가 꾸려가는 정상적인 가정을 문제시한다.
남편의 외도로 고민하는 마키코에게 엄마는 여자는 모르는 척, 아무 일 없는 척해야 한다며 인정하고 갈등을 표면화하는 순간 끝이라고 가르치는 장면은 작품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압축한 장면일 것이다. 엄마의 말은 정상가정이 결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아이들과 자신이 속해있는 가정이라는 공동체가 겉보기만으로도 문제없이 유지되기 위해선 엄마라는 존재가 자기를 희생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목소리로 엄마에게 되묻는 마키코.
"엄마, 나도 할 수 있겠지? 나도 엄마처럼 할 수 있겠지?"라는 되물음이 <아수라처럼>의 이후 부분을 이끄는 긴장의 도화선이 되고 관객은 마키코와 함께 그 아슬아슬한 자기 통제의 선을 위태롭게 걸어가게 된다.
그래서 마키코가 끝까지 엄마처럼 참아냈는지, 속 시원하게 한방 먹였는지 궁금하다면 드라마를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