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박둥둥의 월급루팡 도서리뷰
얼마전 글에 몇년간 책 거의 안 읽고 손 놓고 있었다고 고백했는데 그래서 이 작가님이 잘되신 걸 모르고 살았다.
뭐 이젠 다들 나의 본명이나 그런거 다 아시겠지만, 나와 같이 모 신문의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던 (그러고보니 벌써 십년 전이네 시간 빠르다) 이서수 작가님이 오랫동안 글을 발표하지 못하시다가 요 몇년 이효석 문학상도 받으시고 매해 책도 내시고 잘 되셨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밀리에서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미조의 시대> 를 읽었다. 오랫동안 소중하게 손에 꼭 쥐고 있었던 동전같은, 마모되고 변색되었음에도 묵묵히 그걸 이겨내는 강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특별히 큰 사건이 없음에도 소설의 흐름이 좋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덕분에 작품을 읽는 동안 '이것은 소설이니 어느정도 현실과 달라도 속아줘라' 같은 픽션에게서 느껴지는 어색함이 거의 없었고, 마치 실존하는 미조라는 사람의 블로그, 혹은 그녀의 가까운 친구가 되어 같이 술마시며 듣는 듯한 현실감과 양감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스탕달의 소설가는 거리를 걷는 커다란 거울이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이 작품은 너무 뒤쳐지지 않는 미감으로 '시대'에 맞게 세상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작가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