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쓸쓸하다.
사생활이 걸레 같고 그 인간성이 개판인
어떤 유능한 탈렌트가
고결한 인품과 깊은 사랑의
성자의 역할을 할 때처럼 역겹다.
그리고 보통 살아가는 어리숙하고 착하고
가끔 밴댕이 소갈딱지 같기도 한 이런저런 모습의
평범한 서민 역할을 할 때처럼.
그보다 훨씬 똑똑하고 세련된 그가
그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도색적인 그가
수줍어한다거나
이웃에 대해서 작은 정을 베풀고
어쩌구저쩌구하는 역할을 할 때처럼.
각자 아버지고 어머니고 선생이고 아내고
어쨌든 이 무수한 탈렌트들과
나는 살아야 한다.
-김영승(1959-) 은 1959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제물포고등학교를 거쳐 1983년 성균과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반성.서' 외 3편의 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반성', '권태', '무소유보다 더 찬란한 극빈', '화창' 등과 에세이집 '오늘 하루의 죽음'이 있다. 인천문학상, 인천예총예술상, 현대시작품상, 불교문예작품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