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시흥에서 소사 가는 길,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췄을 때
건너 다방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오후,
차창에도 다방 풍경이 비쳤을 터이니
나도 그녀의 얼굴 속에 앉아
마른 표정을 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겹쳐 있었다
머리 위로 바둑돌이 놓여지고 그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신용목(1974-) 은 1974년 경상남도 거창군에서 4남 1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거창대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2005년 7월 국어국문학 석사 학위, 2012년 12월 국어국문학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2000년 계간 <작가세계>에 신인상을 수여받으면서 등단했다. 이후 시와 더불어 에세이와 소설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창작활동을 선보이며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동시에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