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눈송이보다 더 희어지기 위해서
천 개의 나를 떼어내는 중,
태워지고 삭혀지고 태워지고 삭혀지고
다시 차갑게 식혀지는 중,
사랑이 아닌 것에 정情을 둔 죄
헛것에 연연하여 허덕거린 죄
속살이 벗겨져 나가는 아픔으로 고해하는 중,
겨울나무 한 그루
칼바람 속 파도치며 솟구치고 있었다
캐럴이 흐르는 쇼윈도 옆
밤새 겨울비는 흑백필름으로 흐를 것이었다
-홍수희는 1995년 문예지 한국시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하였다. 이육사문학상 본상, 부산가톨릭문학상 본상을 수상하였다. 부산가톨릭 문인협회, 부산 문인협회, 부산 시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