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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언덕 위의 이방인 / 마흐무드 다르위시

시 읽기

by 박둥둥


강처럼 물은 너의 이름에 나를 묶는다.

그 무엇도 이 먼 곳으로부터 나를

오아시스로 돌려보내 주지 않는다

평화도, 전쟁도 그 무엇도

내가 복음서로 들어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중략)

그 무엇도 나를 돌봐주거나,

혹은 내게 생각을 품게 해 주지 않는다.

향수도, 전망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강물을 응시하는

긴 밤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중략)

우리는 가벼워졌다.

먼 바람 속 우리의 집들만큼이나.

우리, 당신과 나는

구름 속의 이상한 존재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정체성의 땅이 주는 중력에서 해방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그리고 강물을 응시하는 긴 밤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강물은 나를 너의 이름에 묶는다

그 무엇도 너를 제외하고는 내게 남은 것 없다

(중략)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1941-2008)은 팔레스타인의 시인이자 작가로 가장 유명한 현대 아랍 작가로 간주되었던 인물이다.

1941년 팔레스타인 갈릴리에서 태어났다. 이후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레바논, 이집트, 프랑스 등을 거치며 망명 생활을 했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시에 깊이 반영되었다.

다르위시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 공식 시인으로 활동하며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체성과 고통을 노래했고, 1996년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8년 미국 휴스턴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시는 계속 고향을 떠나 떠돌아야 하는 팔레스타인인의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유랑은 방황이고 과정이면서도 곧 유랑하는 그 자체가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임을 표현한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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