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잔치는 끝났다
하객도 돌아간 지 이미 오래다
이제 남은 일은
열어젖힌 문들의 빗장을 꽂고
방방이 등불을 끄는 일이다
이럴 때 헷세는
돌아가 쉴 안식의 기쁨을 노래했지만
나는 불을 끈 저편의 어둠이 무섭다
어디든 마지막 등불 하나
켜두고 싶다
(중략)
그때는 그렇게
날마다 산불같이 번져가던 불
끄지 못해 온 살 태우며 목 마르더니
오늘은 그 불꽃 그리워
잠을 잃는다
홍윤숙(1925-2015) 은 평북 정주 출생으로 국립서울대학 사범대학 국어과 졸업 후 1970년부터 1979년까지 상명여사대 국어과에 출강했다. '예술평론', '너의 장도에' 등을 발표하여 등단. 시집으로 '여사시집' 외 16권과 수필집 '자유 그리고 순간의 지상' 외 9권이 있다. 한국여류 문학인 회장, 한국 가톨릭 문학인 대표, 한국 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문화 예술 문학부분, 공초 오상순 시문학상, 서울시 문화상, 3.1문화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