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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생에 여러번 죽는다 / 담딘수렌 우리앙카이

시 읽기

by 박둥둥

(Damdinsuren Uriankhai)


가을에

숲이 누렇게 변할 때마다 나는 죽는다

한 번의 생에 여러번 죽는 것은

내 모든 것 가운데 가장 힘든 것

봄에

새로 돋은 풀이 향기를 발할 즈음

늙은 염소가 쓰러질 때마다 나는 죽는다!

(중략)

얼굴 모르는 어느 누군가가, 어느 곳에서

가슴을 치며 서 있을 때

지도에 이름이 없는

더해도 더해지지 않고 없애도 없애지지 않는

한 작은 섬에 땅이 흔들릴 때

더욱이

먼 외딴 초원의 고요를

엽총 소리가 놀라게 할 때

나는 죽는다

한 번의 생에 여러 번 죽는 것은

내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어려운 일!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한 번의 생에

오직 한 번만 죽는 사람들과

날마다 함께 살아가는

너무도 끔찍한 일!


-담딘수렌 우리앙카이(Damdinsuren Uriankhai, 1940~)는 1940년 몽골에서 태어났다. 1959년에서 1964년까지 러시아 모스크바 주정부 경제연구소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국가공무원을 지냈고 1977년에 다시 러시아 유학을 가서 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 3년간 문학을 공부한 뒤 시·소설·희곡·에세이 등 다양한 방면의 글쓰기를 해왔다.

그는 한때 몽골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직을 맡기도 했던 세련된 도시인이면서도 늘 유목민의 전통의상을 입고 다닌다. 사상적으로 불교에 정통하지만 기독교와 이슬람의 가르침에도 편견을 갖지 않고 천착하여 동서고금의 철학에 밝은 인문학자로 평가받는다. 몽골의 시인들은 그에게서 늘 전통과 현대를 잃지 않고, 장년의 지혜와 젊음의 문화를 함께 누리는 ‘열린 지식인상(像)’을 느낀다 한다. 그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시인은 아니지만 후학들에게 존경받고 몽골의 평론가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는 ‘몽골 대표 시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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