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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의 사랑/허수경​

시 읽기

by 박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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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허수경(1964-2018)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독일로 가 현재 뮌스터대학 고대 동방문헌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2018년 10월 3일 위암으로 인하여 타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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