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퍼석퍼석하게 메마른 마음을 두고
남 탓하지 마라
자기가 물주기를 게을리 해놓구선
기분이 우울해 진 것을
친구 탓으로 돌리지 마라
부드러움을 잃은 건 어느쪽인가
짜증나는 것을
가족 탓으로 돌리지 마라
뭐든 다 부족한 건 바로 나
초심을 잃어버린 것을
사는게 바빠서라 탓하지 마라
원래부터가 금방 꺼질 약한 마음이었을 뿐
잘못된 그 모든 걸
시대의 탓으로 돌리지마라
그나마 빛나고 있는 약간의 존엄마저 포기하는 것
자기의 감수성 정도는
자기가 지켜라
바보멍청아
-이바라키 노리코(茨木のり子)는 1926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제국여자약전에서 약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대학 시절 본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 무대 이후 약사가 아니라 극작가이자 시인의 되기로 결심한다
전후 일본인의 상실감을 담아낸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는 시로 일본의 대표 여성시인으로 올라선 그녀는 한국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한국현대시선>이란 이름으로 한국의 대표시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윤동주를 일본에 번역하고 알리기에 힘썼다. 이런 그녀의 노력으로 윤동주에 대한 수필이 일본 교과서에 실리게 되었다
이후로도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 살해사건을 다룬 「장 폴 사르트르에게」 등 역사를 소재로 한 시를 여럿 발표했다. 대표시집으로는 『네 감수성 정도는』 『보이지 않는 배달부』 『진혼가』 등이 있으며, 특히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한 『기대지 말고』는 일본 사회의 반민주적인 현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