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시인이란 시를 쓰는 사람이고
동시에 시를 쓰지 않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매듭을 끊는 사람이고
스스로 매듭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믿음을 가진 사람이고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고
거짓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다
넘어지는 사람이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떠나가는 사람이고
결코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타데우시 루제비치 (Tadeusz Ro′zewicz·1921~2014) 는 1921년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1929년 폴란드를 강타했던 경제공황으로 인해 중등학교 수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고 폴란드가 독일에 점령당하자 루제비치는 낮에는 노동자로 일하고 밤에는 비밀리에 진행된 야간 수업을 들으며 어렵게 학업을 마쳤다. 이후 루제비치는 2년 동안 형인 야누시 루제비치의 영향을 받아 폴란드의 지하 독립운동 단체인 ‘국내군(Armia Krajowa, AK)’에 가담해 적극적인 반나치 레지스탕스 활동을 펼쳤다.
1944년에 바르샤바 봉기에서 루제비치는 형 야누시의 죽음을 겪고 평생 괴로워했다. 국내군에서 저항운동과 형의 죽음은 이후 루제비치가 필사적으로 시작(詩作)에 매달리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루제비치는 자신의 온 생애를 다 바쳐 폐허의 잿더미 위에서 문학의 부활 가능성을 끊임없이 타진했던 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