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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 정해옥

시 읽기

by 박둥둥

재일교포 시인이자 오사카의 법정통역인인 정해옥 (丁海玉 1960~) 시인의 시 올립니다. 법정통역인은 한국인이 일본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피고를 위해 언어를 통역해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형무소로 가야 합니다

남자에게 통역하고 법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

백화점에 들려 가다랑어 다타키를 사서

전철에 뛰어올라 좁은 자리에

엉덩이를 밀어 넣었다

오늘 맡은 사람은 생각보다 담담했나

(중략)

집에 들어와 바로 쌀을 씻는다

반성하고 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남자의 말들이 질끔질끔 쌀뜨물을 타고

흘러 내려간다

(중략)

갓 지은 흰쌀밥의 고소한 김을 맡고

(중략)

형무소로 가야 합니다

남자에게 통역한 말 따위는

차가운 맥주를 목 뒤로 넘기면서

완벽하게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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