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얘기를 끝내자마자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창 바깥을 쳐다보았다
백색의 햇살 너머 북한산을 보았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뭘 보고 있는지 묻는 그에게 나는 날씨가 좋다고
말했다
버스에 그를 태워 보내고 나는 걸어서 집에 돌아왔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책을 얼굴에 덮고 잠이 들었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들과 우정을 나눌 차례가 왔고 아침이 왔다
주워온 조약돌 하나를 꺼내어 마주했다 돌이 말을
할 때까지
-김소연(1967-)은 시인이다.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나, 가톨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여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제10회 「노작문학상」, 2011년 제57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