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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 아빠 Jan 02. 2021

간병일기_1] 엄마의 일그러진 얼굴

파킨슨병 앓고 있는 어머니를 둔 중년 자식의 일기

우리 엄마는 올해 85세다. 3년 전 아버지와 사별했고, 7년 전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원래 난 서울이 고향이다. 7년 전 아산이 고향인 아내를 만나 결혼과 함께 천안(현 아산)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2년 전 아버지 떠난 뒤 홀로 남은 엄마를 그냥 둘 수 없어 아산으로 모시고 내려왔다.


처음엔 거처를 따로 마련해 드렸지다. 그러다 지난 해 8월 파킨슨이 급격히 악화되어 지금은 함께 산다.


우리 집에 모실 때만 해도 의욕이 앞섰다. 주위에선 요양시설에 보내라고 권유(내지는 압박)했다. 그러나 엄마가 몸이 불편해졌다고 곧장 시설로 보내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어느 시점에 이르면 시설에 보내드려야 하겠지만, 그때까지는 좋은 기억을 쌓고 싶었다.


차차 적겠지만 이 같은 마음이 사라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해 말부터 엄마 상태는 우리 부부가 감당할  없는 지경까지 가는  하다. 하루에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처음부터 이런 식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어려움은 감수하려 했다. 그저 엄마한테 남은 유일한 자식으로서, 곁을 지켜 드리려 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최근 들어 못된 말을 거리낌없이 한다.


이를테면, '내가 엄마 돈을  차지하고 주리(?) 튼다'든지, ' 있는  사서 저들끼리 '처먹는''든지, '니가 나한테  한게 있냐' 식이다. 나나 아내가 조목조목 반박하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핑계거리를 들고 와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

이런 일이 엄마 모시고  시점부터 지금까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까 이제 정말이지 인간적 정은  소진된  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무언가'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목소리부터 높이기 일쑤다. 그러면 엄마는  이리 쌀쌀 맞게 구냐고 타박하고.

가끔씩은 엄마한테 빙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도대체 엄마 속에 무엇이 들어가 있길래 이렇게 공연히 자식 힘들게 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버림 받으려 하는지 앞아 보고 싶어서다.

엄마 젊었던 시절,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적어도 기만은 대단했다. 가정 형편 상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 만약 고등고육을 받았다면 꽤 두각을 나타냈을 것이다. 이 점은 엄마 친구분들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그때와 너무 다르고, 때론 추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엄마의 얼굴을 보면서  그저 한숨만 내쉰다.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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