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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 아빠 Jan 10. 2021

간병일기_2] 파킨슨병이 주는 공포

엄마는 7년 전, 파킨슨 진단을 받았다. 이전부터 파킨슨 병이 있다는 사실만 어렴풋 하게 알았었으나, 막상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 병에 사로잡히게 될 줄은 몰랐다.


엄마는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수 년간 그럭저럭 잘 버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3년 전 아버지와 사별하고, 2년 전 당신께서 32년의 삶을 보냈던 집을 본의 아니게 떠나오면서 눈에 띠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엄마를 볼 때 마다 가슴 철렁했던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엄마가 서울에 계실 때 주말마다 서울 집을 찾아 갔는데, 엄마는 아들한테 밥을 해주겠다고 칼을 집어 들고 무언가를 썰었다. 그런데 파킨슨 때문에 엄마 손이 떨리는 걸 목격했다. 그 순간 혹시라도 손을 베이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밥은 나가서 사먹을테니 절대 음식 하지 말라고 말렸다. 그런데도 엄마는 아들에게 볶음밥을 해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랬던 엄마가 지난 해 8월 부터는 아예 살아가려는 의욕을 포기한 듯 했다. 그러다보니 병세도 급격하게 악화됐다. 그때 병원에선 급히 입원을 시켰는데, 담당 의사는 "어머니 연세도 있으시고, 파킨슨이란 병 자체가 하시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병세는 급격하게 악화된다"고 했다.


하지만, 파킨슨이 무서운 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니다. 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두 시간 동안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해 험한 말까지 거침 없이 쏟아내며 원망했다.


파킨슨은 근육이 굳는 병이다. 그러다보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전문의들은 이런 상태가 이어지다 보면 쉽게 우울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아마 엄마도 자신의 몸 상태가 굳어가는 걸 인식하다 보니 주위에 대한 원망이 깊어가는 것일게다. 그래서 엄마가 계속 원망하고 부정적인 말을 하면, 그때마다 난 엄마 병세가 심해져가는 시그널로 받아들인다.


부모세대가 다 그렇듯 엄마도 자식들 키우고 유난히 술 좋아하고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 모시느라 당신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엄마의 인생과 헌신을 생각해 볼 때 파킨슨은 너무나도 가혹해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요샌 파킨슨이란 말만 들어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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