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영화리뷰3 <아마존 활명수>

by ironmin

한동안 도서관에서 친구와 함께 공부를 했었다. 잠깐 바람 좀 쐬자며 주변을 산책하던 중 내가 말했다.


“노트북으로 영어단어 검색할 때 쉬운 단어 검색하면 좀 민망한 거 같다.”


“어떤 쉬운 단어?”


“그러니까, 쉬운 건데 해석할 때 애매하길래 검색할 때 있잖아. 뭐 that 이런 거나 as 이런 거.”


“그게 왜 민망한데?”


“그냥. 괜히 사람들이 지나가다 노트북 보면, 저것도 모르나 할 수도 있잖아.”


친구는 별걸 다 신경 쓴다는 투로 말했다.


“에이, 그런 단어들은 원래 애매할 때가 있으니까 다들 이해하겠지. 그리고 애초에 네 노트북 안 쳐다볼걸?”


“그렇긴 하지.”


우리는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나누며 좀 더 주변을 서성이다 도서관으로 돌아왔고, 나는 화장실을 들를 참이었다.


“나 화장실 좀 갔다 갈게.”


친구는 알겠다는 손짓을 하고는 먼저 열람실로 들어갔다.


공부를 할 땐 잠깐의 노닥거림도 큰 휴식이 된다. 양날의 칼과도 같겠지만, 어려움을 나누며 서로를 북돋아 줄 사람이 있다는 건 큰 복이었다. 더군다나 친구는 장난꾸러기 같은 면이 있어 같이 있으면 웃을 일이 참 많았다.


그렇게 잘 쉬었다고 생각하며, 손을 씻고 거울에 비친 앞머리 정도를 정리하고 나왔다. 그러고는 열람실 문을 열었더니, 멀리서 내 노트북 모니터에 웬 그림 같은 게 비춰 보였다.


‘뭐지?’


좀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림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눈앞에서 보니 그건 빨갛게 잘 익은 사과 그림이었다.


★★ apple [명사] 사과


“푸헙!”


나는 열람실을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 영어사전에 그림 이미지가 첨부된 단어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아닌 척 딴청 피우던 친구도 혼비백산 튀어 나가는 나를 보더니 ‘허업-!’ 하고는 뒤따라 나왔다. 복도에서 마주친 우리는 서로 뭐 하는 짓이냐며 옥신각신이었다.


그 시절 우리도 누군가에겐 도서관 빌런이었을 것이다. 아니, 거의 대부분에게.








유머라는 건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몇 번이나 돌려보며 ‘작가 진짜 천재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국 코미디언들과 예능인들의 재치와 순발력은 너무 재밌어서 정말이지 탐이 난다.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게 웃음을 주는 친구들을 동경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나도 많은 시도를 해왔다. 한 번씩 성공하기도 하지만, 진짜들 앞에선 늘 아쉬운 감이 있다.


하물며 글을 쓸 때 유머를 녹인다는 건 일상 중 웃음을 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섣불리 시도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중 요즘 리뷰를 쓰느라고 처음 썼던 <월터> 편을 다시 읽었고, 글이 너무 딱딱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웃음을 주는 걸 높은 가치로 두는 데도,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글에서 배제한다는 게 올바른 선택일까? 그래서 두 번째 리뷰였던 <위플래쉬>에선 웃기게 써야겠단 생각으로 나름 코믹한 요소를 조금 넣어 보았다.


담담하게 쓰려고 하긴 했지만 ‘키읔’이 조금 많이 들어간 피드백도 아주 조금은 기대했던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하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역시 냉혹했다.


어쨌든 자기비판을 해보자면, 그런 요소들이 좀 더 글이 잘 읽히게 만들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꾸준히 시도하고 다듬어 볼 요량이다.




계속 웃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번 주에 코미디 영화를 봤기 때문이다. 코미디를 보고 ‘재밌다, 재미없다’ 외 리뷰할 내용이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명작이라고 소문난 영화만 찾아서 리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전조사를 최소화하고자 했지만, 나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간단한 줄거리와 관람평 정도는 눈으로 훑게 됐다. 그러다가 이런 평가를 만났다.


[이게 웃긴 사람은 우울증 걸릴 걱정은 없겠다…]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런 악평이 달렸을까, 호기심이 동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화를 보다 피식- 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긴데?


자존심이 상했다.


이번에 리뷰할 영화는 나는 그래도 웃겼던 영화 <아마존 활명수>이다.




출처: 영화 <아마존 활명수> 포스터




-줄거리


한때 양궁 국가대표였던 ‘진봉’은 지금 한 회사의 과장이다. 하지만 성과도 실적도 엉망인 그는 결국 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회사 이사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는데, 바로 아마존에 위치한 ‘볼레도르’라는 나라의 금광 사업을 따내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진봉이 볼레도르 양궁단의 감독으로 들어가 금메달을 딴다. 볼레도르는 나라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회사는 금광 사업권을 따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계약을 진봉에게 맡긴 것이다.


험지로의 출장을 누가 가겠냐만 인센티브가 무려 500%이다! 직장을 다닌 후론 이게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지 너무 잘 안다. 아내와 슬하의 삼 남매를 생각하며, 진봉은 아마존으로 향한다.


그러나 아마존 상공 헬기에서 악천후를 만나면서 조난당하고 만 진봉. 눈을 뜬 진봉은 ‘시카’, ‘이바’, ‘왈부’란 이름의 원주민을 만나 위기를 모면한다.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통하지 않는 그들. 그는 바디랭기지를 해가며, 그들이 볼레도르와 적대적이란 걸 모른 채 원주민 마을에 녹아들고 만다.


며칠 뒤, 원주민들은 볼레도르군과 마주치고, 통역사 ‘빵식’을 통해 볼레도르군이 조난당한 진봉을 찾으러 나선 것이란 것을 알게 된다. 진봉은 이제야 영어와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을 만나 안도하지만, 원주민들은 진봉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그들의 실망을 뒤로한 채 진봉은 본래 목적지인 볼레도르로 향한다.


하지만 볼레도르 양궁 선수단의 실력은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얘네들 데리고 금메달 따라고? 5개월 훈련하고?”


양궁 강국, 대한민국을 생각했을 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체념하던 그때, 백발백중의 아마존 전사 시카와 이바, 왈부가 떠오른다. 원주민과 볼레도르의 관계를 알지만, 진봉 또한 생계가 달린 일이다. 그는 아마존 전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다시 원주민 마을로 향한다.


우여곡절 끝에 설득에 성공한 진봉은 아마존 전사들, 그리고 통역사 빵식 대동하여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들은 창과 활로 멧돼지를 사냥하던 그야말로 원주민들. 21세가 대한민국과는 문화차이가 극심하다. 7중 추돌사고를 내고는 경찰서로 잡혀 왔지만, 통역사 빵식이 없으면 말도 안 통한다!


진봉은 이런 그들을 데리고 양궁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이번 영화에선 예상치 못한 반가움이 많았다. 우선 이사 역을 맡은 고경표 배우. 시트콤 ‘감자별’에서부터 너무 좋아하던 배우인데, 주연은 아니었지만 감자별에서 맡았던 배역과 비슷한 배역으로 등장했다. 영화 정보를 대충 훑었을 땐 고경표 배우가 나오는 줄 몰랐기 때문에 더 반가웠고, 오랜만에 그의 코믹한 연기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영화 <극한직업>을 보고 난 이후부터 류승룡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마존 활명수>의 시작부터 보여주는 그의 연기 또한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이후로 가장 짜릿한 도입부라 생각하는 글렌체크의 ‘60’s Cardin’의 도입부가 흐를 땐, 낯선 곳에서 친구를 만난 것 같은 반가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나 이런 반가운 요소들과는 별개로, 다소 부자연스러운 면도 없진 않았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 뻔한 유머, 억지스러운 상황들... 조금 더 어린 나이대의 관객을 타겟으로 삼은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 땐, 코믹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서 즐겁게 보긴 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봤다는 관람평으로 인해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웃겨 죽겠다 싶을 만큼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이걸 보고 웃는 사람은 우울증 걱정 없겠다]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원래 개그를 자주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잘 안다. 실패에 따라오는 냉담한 반응. 아마도 그 관람평은 코미디라는 장르와 주연인 류승룡 배우, 그리고 진선규 배우가 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짜게 식어버린 관객이 보내는 조금 더 냉담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예전부터 코미디 영화 중 별점이 높은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웃음을 준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만한 웃음이라면 더욱더.


그다지 감명 깊지가 않았다 보니 더 이상 쓸 내용이 없다. 애초에 코미디라는 장르의 목적이 관객에게 큰 울림을 주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억지로 쥐어 짜내는 것도 옳은 선택은 아닌 듯하다. 집중해서 봐야 할 영화가 아니라, 조금 편한 분위기에서 가볍게, 그리고 지나가듯 작게 실소를 흘릴 정도의 영화를 찾고 있다면 <아마존 활명수>도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닐 것 같다.








지난 주말 통영-울산으로 올라오던 중, 고속도로 위 자욱한 연기를 맞닥뜨렸다. 산불이라도 난 걸까? 생각했는데 그 불이 일주일이 넘도록 잡히지 않았고, 영상을 통해 본 현장은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했다.


누군가는 재산을 잃고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받은 이런 때, 영화리뷰를 올리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싶으면서도, 현장에 내가 있었다면 얼마나 무서웠을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코미디 영화를 보고 웃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방금 다행히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고민 끝에 업로드를 하지만, 리뷰의 내용과는 별개로 재발화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줄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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