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영화리뷰7 <반지의 제왕>

by ironmin

처음 계획은 그랬다.


1년은 52주이니, 일주일에 하나씩 영화리뷰를 한다면, 1년 뒤 난 52개의 영화를 리뷰한 사람이 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계획은 있다고 그랬던가. 난 정말이지 작심삼일의 표본과도 같은 사람이다. 점점 시간이 늘어지더니 지금에 와선 한 달에 하나 올리는 것도 쉽지가 않다.




영화를 보고 너무 감명 깊어 리뷰할 결심을 한 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유일하다. 지금 와서 다시 보면 꽤 오글거리는 문장들도 있어 간지럽지만, 가장 진심을 담아 썼던 게 아닐까 싶다.


그 진심이 통했던 걸까? 영화 리뷰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활동계획과 <월터>를 리뷰했던 글로, 브런치스토리 작가 승인이 떨어졌다.


대단한 것도 없겠지만 나는 뛸 듯이 기뻐서, 옆에 있던 직장동료들과 연락이 닿는 모든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만큼 글로 인한 성취는 내게 그 무엇보다 컸다.




승인되기 전 제출했던 활동 계획을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난 종종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한 면이 있어 그다지 합리적이지도, 유연하지도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런 괜한 고집으로, 제출했던 활동계획대로 영화리뷰를 더 해보고자 했고, 1년 동안 52편의 리뷰를 남길 계획을 잡았다. 그러면 아주 괜찮은 한 해를 보낸 것 같으리라 하고 꽤 들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그다지 영화 감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월터> 때와는 반대로, 영화리뷰를 하기 위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52편은 금세 20편이 되었고, 삽시간에 10편으로, 5편은 너무 적은 것 같아 7편이 되었다. 7은 참 좋아하는 숫자인데, 52에 비하자니 초라하기 그지없다.


겨우 2월 중순쯤이다.




처음 <월터>를 리뷰했을 때, ‘반지의 제왕을 리뷰하면 인정한다.’ 하고 친구가 짓궂은 댓글을 달았다. 어린 시절 하도 봐서 얼추 내용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리뷰를 하려면 다시 봐야 할 것 아닌가? 그걸 언제 다 보나? 그래서 그냥 웃어 넘기기로 했다.


그런데 한 편 두 편 영화를 리뷰할 때마다 한 줄도 안 되는 그 댓글이 자꾸 아른거렸다. 대작이니만큼 대미를 장식하는 것도 좋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반지의 제왕을 보고 마지막 리뷰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을 많이도 상상했다.


어느덧 나는 ‘마지막으로 리뷰할 영화는 반지의 제왕이다.’하고 정해두고 있었다. 더 이상 이보다 더 적절한 영화는 없었다.




출처: 영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포스터




앞서 말했듯 영화를 보기 전 가장 걱정한 부분은 러닝타임이었다. 반지원정대부터 두 개의 탑, 왕의 귀환까지 모두 합하면 러닝타임이 무려 11시간이었다.


어릴 때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TV에서 송출될 때마다 앉아서 봤다지만, 숏폼에 도파민으로 절여진 지금도 재밌게 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괜히 반지의 제왕이 명화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판타지 세계,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장관들, 눈코 뜰 새 없이 빠져드는 스토리. 다시 보아도 전무후무한 영화였다.




이번엔 ‘줄거리’를 과감하게 생략하려 한다.


피드백을 받았는데, 독자들이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할 순 있어도, 장황하게 써 내려간 줄거리를 궁금해하진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고맙게도 나를 배려해 조심스레 건네준 덕분에, 고집 피우지 않고 수용할 수 있었다.


마침, 하도 유명한 영화이니 모르는 사람이 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아주 큰 흐름만 이야기하자면, 사악한 사우론은 절대반지를 이용해 가운데 땅을 지배하려 하고, 그런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호빗인 프로도와 친구들, 다양한 종족이 모여 여정을 떠나는 내용이다.


정말 짧게 이야기했지만 작은 전투부터 대규모 전쟁까지, 보다 보면 숨 쉬는 걸 까먹을 정도로 스케일이 큰 영화이다.








보자마자 리뷰에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든 장면이 두 개 정도 있었다. 다른 영화에선 이런 느낌을 갖기가 어려워 곤혹을 치르곤 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첫 번째는 2편인 두 개의 탑이 끝나는 장면이다. 헬름 협곡에서 로한의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메리와 피핀은 엔트족과 함께 사루만의 주둔지인 아이센가드를 쓸어버린다.


그동안 쌓아온 서사들이 일종의 결실을 보고 있다.


하지만 프로도와 샘 일행이 있는 곳엔 먹구름이 가득 꼈다. 반지로 인해 점점 피폐해지고 조금씩 이성을 잃어가는 프로도가 말한다.


“더는 못 하겠어, 샘.”


그러자 샘이 이런 대답을 한다.



알아요. 처음부터 잘못됐죠. 이곳에 와선 안 되는 거였어요.


하지만 왔잖아요. 위대한 이야기의 주인공처럼요. 정말 중요한 이야기요. 어둠과 위험으로 가득한 이야기.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할까 봐 끝을 볼 자신이 없는 그런 이야기요.


악한 것으로 가득한 세상이라 옛 모습을 못 찾을 것만 같죠. 하지만 결국엔 이토록 두려운 시간도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에요.


암흑은 걷히기 마련이고, 새로운 날이 밝을 거예요. 태양은 더욱 눈부시게 빛날 거고요.


우리의 기억 속 옛이야기들에는 큰 뜻이 담겨 있었어요. 어릴 적엔 이해할 수 없었던 큰 뜻이요.


하지만 나리.... 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젠 알겠어요. 옛이야기 속 사람들은 돌아설 기회가 많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계속 나아갔던 건 한 가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 세상에 선함이 남아 있다는 희망요. 그건 싸워서 지킬 가치가 있죠.



이 대사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아마도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가 전하고 싶은 가장 큰 주제가 아니었을까?




착하면 손해라는 말이 있다. 학교에 다닐 땐 그 말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은 베풀고 살아야 하는가? 아니면 이기적으로 살아야 하는가? 선함이 옳다고 믿는데 그럼 손해라고 하니 반감이 들었다.


그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었다고 하는 코미디언 박명수의 냉정한 어록들도 그렇게 반갑지가 않았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고 사회로 나와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이 말을 수긍하는 것도, 아니면 비판하는 것도 이젠 감흥이 없어졌다.


착하면 손해인 게 당연하니까.


저 사람이 예의가 없다는 데 초점을 두기보단, 저 사람이 예의 없게 해도 될 만큼 왜 쉽게 보였냐는 데 초점을 두는 곳이 회사다.


반대로 기가 세면 여러모로 편하다. 챙길 건 챙기고, 할 말은 해야 한다. 이건 현명함이지 악함은 아니다.


하지만 “제 할 말도 못 하는 건 호구다.”하고 비판받는 순간, 나는 속이 불편해진다.


그러면 관용은 어디에 있나? 인내하는 사람은 언제부터 바보가 되었나? 어째서 선함은 꾸지람을 듣는가?


미덕이란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회사는 이상한 곳이다. 어쩐지 출근하기 싫더라니.


이런 고민도 차츰 사라지고 무감각해질 때, 반지의 제왕에서 샘이 선함과 희망을 말했다.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두 번째 장면은, 프로도 일행이 광산으로 들어갔을 때다.



프로도가 간달프에게 물었다.


“반지는 왜 저한테 왔을까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간달프가 말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원치 않은 일에 직면할 때가 있지. 우리는 주어진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 결정할 수밖에 없어.”



이 대사는 1편인 반지원정대의 말미에 한 번 더 등장한다. 어쩐지 인상 깊더니 중요한 대사였나 보다.


이 장면을 보고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진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흐른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반복된 일상을 보내기 때문일까?


전에도 어디서 표현한 바가 있지만, 군대에서 21개월은 억겁만 같더니,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3년은 무얼 했는지 모를 정도로 그냥 지나가 버렸다.


지난겨울 흩날리는 눈을 보고 설렜던 게 엊그제 같건만, 어느새 2025년도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그래도 올해 상반기엔 7개의 리뷰를 남김으로써, 지난 몇 년보단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것만 같다.


그리고 이젠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다.




나는 오래전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다. 언젠가, 아무래도 시인이 좀 더 천재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나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몰입하게 하고, 때론 웃고 때론 울게 만드는 소설이 너무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광산에서 간달프가 했던 말처럼, 우린 선택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눈치챘겠지만 이번 편으로 영화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오랫동안 갈망해 왔던 소설을 써보려 한다.


브런치스토리엔 소설보단 에세이가 강세인 듯하다.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또 블로그엔 정보성 글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그래서 여담이지만 별다른 정보가 없는 평범한 내 리뷰가 조금 뻘쭘할 때도 있었다.


어쨌든 이런 두 플랫폼에 글을 쓰고 있으니, 소설은 조금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내게 짬짬이 글을 쓸 시간이 있고, 내가 쓴 글을 선보일 데가 있고, 그 글을 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가 없다. 공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여태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었다.




다음 게시물은 올리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구성을 잡고 스토리를 짜고 캐릭터를 만든다는 게, 나에겐 원활하지가 않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니 한동안은 아무래도 단편으로 써야 할 것 같다. 그것도 쉽진 않겠지만. 그리고 언젠간 책 한 권 정도의 분량은 되는 장편을 써보고 싶다.


내 소설이 영화가 되면 좋겠다는 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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