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아빠 여기 있다.”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동해 바다인데, 여전히 방문할 때마다 즐겁습니다. 어릴 때 초등학생 시절 내내 여름 방학마다 부산 이모 댁에 여행 갔었고 해운대 바다에서 놀았는데요. 어쩌면 그때부터 저는 바다를 좋아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같은 바다지만 저는 갯벌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바다에서 물놀이하고 수영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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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고 매년 바다를 끼고 있는 휴양지로 여행을 떠났었는데요. 올해는 가을 마라톤을 마치는 11월에 오사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려고 하는데, 처음으로 바다가 아닌 곳으로 가족 여행을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 바다 나들이에서는 특히 더 열심히 더 재미있게 물놀이를 하며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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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저희 아이보다 몇 살 많은 형 누나들과 같이 놀다 보니 아이는 더욱 신나게 놉니다. 고만고만한 또래 친구들에게는 볼 수 없는 격하고 다양하고 거친(?) 놀이를 처음 경험할 수 있으니 아이는 형 누나들과 노는 것을 항상 좋아합니다. 한참 어린 동생인 저희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형 누나들이 무척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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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와 워터 해먹을 보트 삼아 형들을 향해 돌진하고 전투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순신 장군이라도 된 것처럼 “전진!”, “앞으로!” 구령을 외치며 재미있어하는 아이를 보니 저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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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 물놀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와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아들, 오늘 뭐가 가장 기억에 남니??
오늘 바다에서 다양한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의 대답이 기대되었습니다. 큰 삽을 준비해 간 덕분에 지금껏 아이가 본 적 없는(어쩌면 저도 지금껏 본 적 없을지도 모를) 꽤 큰 모래성을 만들고 물길을 내어 파도칠 때마다 모래성 안에 물을 조금씩 채우도록 놀기도 했고요. 아이 몸집보다 더 큰, 거대한 해파리가 발견되어 어떤 어르신께서 투망으로 건져 올렸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나 물에 빠져서 죽을뻔했는데, 아빠가 구해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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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형 누나들이랑 놀 때 갑자기 해먹이 뒤집어지며 아이가 고꾸라지듯 물에 빠졌습니다. 깊은 물이 아니었고, 제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바로 어깨를 잡아 건져 올렸지만 아이는 바닷물을 잔뜩 마시고 겁에 질린 듯 표정으로 몸을 바르르 떨었습니다. 곧바로 아이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켰습니다.
“괜찮아. 아빠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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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수심에 형 누나들이 있었지만 아이는 크게 당황했었고 어른이 없었다면 큰일 날 수도 있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2학년 때 호텔 수영장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를 느꼈던 적이 있고 그때를 계기로 수영을 배웠는데요. 요즘 아이와 함께 동네 수영장에 가면 아빠가 함께 있어서 그런지 자신의 실력보다 너무 과감하게 깊은 물에 뛰어들고 겁 없는 것 같아 조금 걱정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조금이나마 물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되어 한편으론 다행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다시 수영을 배우고 싶고, 배우게 되면 이번에는 열심히 배우겠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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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아빠가 자신을 구해줬다며 아빠가 최고, 아빠가 좋다는 말을 합니다. 고맙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아이에게 저는 슈퍼 히어로와 같았습니다. 아빠와 함께라면 안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아이 마음속에 있나 봐요. 아이가 성장하면 나중에는 아이가 아빠를 지켜줄 텐데, 그전까지는 비와 바람, 파도에도 아이를 지켜줄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해야겠습니다. 흘러가는 세월과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오랫동안 체력을 유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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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400미터(84초) 질주 15회, 1200미터 조금 빠르게 달리고, 2시간 동안 실내 사이클(즈위프트) 운동을 가볍게 했습니다. 오늘 월요일은 새벽 러닝, 아침 실내 수영, 저녁 퇴근 조깅의 일상을 이어갑니다. 체력 유지하기에 딱 적당하고 좋은 운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