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철인’이 되었다. 아쉽다

챌린지군산새만금 대회. 두 번째 경험한 경기 중 타이어 펑크

by 아이언파파

두 번째 경험한, 대회 중 타이어 펑크였다. 2018년 대구대회 이후 5년 만이었다. 당시 대구 대회는 짧은 표준거리 종목(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으로 미련 없이 기권했지만, 이번 챌린지군산 대회는 3종의 꽃, 킹코스 종목(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달리기 42.2km)이었기 때문에 포기가 망설여졌다. 사이클 코스를 일정 주기 순회하며 기기 이상과 수리를 담당하는 미케닉 담당을 30분만 기다리고 만약 그래도 오지 않는다면 포기하자 마음먹었다. 내 자전거의 타이어는 튜블러 방식이기 때문에 본딩 접합 불량으로 인한 펑크는 현실적으로 자가 조치가 어려웠다. 30분이 지났다. 펑크가 난 앞바퀴를 탈거했다. 펑크 난 채 자전거를 굴리면 휠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련이 남아 5분 정도 더 기다렸다. 역시 오지 않았다. 한 손에는 앞바퀴를 들고, 나머지 손으로는 사이클 프레임을 잡고 뒷바퀴를 굴리며 코스를 되돌아갔다. 그나마 수영 마친 후 사이클 코스 시작되고 2km도 지나지 않은 지점이라 다행이었다. 천천히 걸어가도 30분 정도면 바꿈터에 도착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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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종 경기, 특히 킹코스를 할 때에는 두 번 크게 안도한다. 수영을 마치고 나서는 이제 살았다는 생각. 사이클을 무사히 마치고 나서는 이제 완주는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 기록과 목표에 대한 도전도 우선 무사완주가 되어야 가능하다. 사이클을 무사히 마치는 것만으로 완주는 할 수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이클 코스에서 사고와 기기 이상 등 많은 변수가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나에게는 오늘이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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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기록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웠다. 3.8km 수영 1시간 10분.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만족스러웠다. 이번 대회 나의 목표는 수영 1시간 10분, 바꿈터와 사이클 5시간 20분, 바꿈터와 달리기 3시간 30분 이내로 10시간 이내였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어깨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하이앨보 캐치 각도를 체득하며 준비했던 덕분에 체력소모도 최소화한 느낌이었고, 수영을 마치고 나와 시계를 봤을 때 목표기록과 일치하여 매우 기분 좋은 레이스가 될 것이라 예감했었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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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바퀴를 들고 자전거를 끌며 5분 정도 코스를 되돌아 걸어가는데, 맞은편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선다. 미케닉 담당이었다. 묘한 순간, 묘한 기분이었다. 수리를 해야 하나? 그대로 포기해야 할까? 심판의 무전을 받고 멀리서 오셨는데 그냥 돌려보내도 될까? 예의상 수리를 받아야 하나? 수리를 받으면 다시 경기를 해야 할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미케닉 담당분이 타이어 타입을 물어보시더니 튜블러 타이어 교체는 유상이고 11만 원이라 하였다. 동공이 흔들렸다. 이런, 불과 몇 주 전에 앞뒤 양쪽 교체를 12만 원에 했는데, 한쪽만 11만 원이라니. 얼떨결에 11만 원에 교체하겠다고 했다. 폼이 죽을 것 같아서. 허세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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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를 사용해 타이어를 벗겨내고 본드를 떼어낸 다음 다시 새 타이어를 부착한다. 5분 정도 더 소요되었다. 유상 서비스 증빙을 위해 배번 사진 촬영하고 다시 출발하였다. 이미 손목시계 상 레이스 기록은 종료시켰기 때문에 자전거에 부착된 사이클링 컴퓨터 전원만 다시 켜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58분? 대략 1시간 정도 지체되었다. 수영 시작 후 2시간 5분 정도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에, 최후미 주자들과 함께 사이클을 타게 되었다. 배번을 보니 대부분 킹 또는 하프 종목 60대 주자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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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방조제와 큰 다리, 왕복 8차선 도로 등을 2회전하는 사이클 코스는 경치와 도로상태가 최고였다. 먼바다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매우 강한 서풍이 계속되는 날씨이다. 서에서 동으로 갈 때에는 순풍을 타고 작은 파워로 빠르게 나아갔지만, 동에서 서로 올 때에는 높은 파워를 내도 반토막난 속도로 힘겹게 전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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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랩이 진행되는 동안 2시간 넘게 달리며 무수히 많은 선수들을 추월했지만, 나와 같은 에이지그룹 배번인 70번대~ 150번까지의 선수는 5명도 못 봤다. 포기할까 생각을 스무 번 넘게 한 것 같다. 사이클 코스에는 4개의 반환점이 있는데, 숙소와 바꿈터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2번 바꿈터에서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와 오늘은 진짜 아닌 것 같다, 9월 구례 대회에서 다시 킹코스 기록에 도전하자.’ 마음먹고 자전거 속도를 줄이며 반환점으로 진입하는데, 아니 바로 거기에 오픈케어 물찬제비님이 응원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 순간 이 위치에 계시다니. “타이어 펑크 때문에 1시간 늦어졌어요!” 짤막하게 인사드리고 다시 얼떨결에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렇게 1 랩을 진행하고 다시 2번째 랩에서는 이제 아까워서 그만두질 못했다. ‘그래, 이번 시즌 제대로 장거리 라이딩을 못 해봤는데, 오늘 훈련 경험이라 생각하고 사이클까지만이라도 해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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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종 대회는 바꿈터에서 자전거 상황을 봐서 자신의 순위를 가늠할 수 있다. 180km 사이클을 마치고 바꿈터로 들어서니 내 에이지 배번대 대부분 자전거가 거치되어 있었다. 이미 다들 사이클을 마치고 달리기를 시작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두 번째로 강한 포기 욕구가 느껴졌다. 평소 대회였으면 빠릿빠릿하고 분주하게 움직였을 바꿈터이지만 지금은 물품 바구니 앞에 멍하게 앉아 양말과 러닝화를 신는 둥 마는 둥 하며 기권할까말까 계속 고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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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우, 파이팅!” 순간 어디선가 들려왔다. 하프 종목을 먼저 끝낸 지인의 목소리였다. 정신이 번쩍 들며 나도 모르게 러닝화를 착용하고 경기복 뒷주머니에 에너지젤 몇 개를 구겨 넣고 일어서서 뛰어나갔다. 자전거와 달리기 모두 포기할 결심의 순간에 응원 덕분에 경기를 계속해 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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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은 대회처럼. 대회는 훈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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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사실 나 자신은 좋아하지 않는 말이다. 훈련은 훈련답게 몸 상태와 프로그램의 흐름을 고려해야 하고, 대회는 대회답게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훈련이라 생각하고 달리기 경기에 임해보았다. 아무리 의지를 다잡고 노력해도 아드레날린이 나오지 않는 느낌이었다. 먹잇감을 노리는 사자의 심장으로 코스를 달려 나가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3종 달리기인데, 지금은 마치 패색이 짙은 전쟁에 억지로 징집되어 끌려 나온 오합지졸이 된 기분이었다. 마음속 전투력이 낮아지니 고통에 대한 감내도 약해져서 10km 정도의 코스를 4번 반복하는 동안 사소한 것 하나에도 포기할 핑계를 이유를 찾기 바빴다. ‘혹시 어디 인대나 관절에 통증이 있는 것은 없나, 근육이 파열될 것 같은 것은 아닐까.’ 아무리 찾아보고 생각해 봤는데, 다시 봐도 아픈 곳이 없었다. 하, 운동을 너무 제대로 배웠다. 고마워요, 함프로님. 그냥 뛰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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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생각의 연속에서 계속 경기를 진행했던 마음 한편에는 9월 아이언맨 구례 대회 준비를 위함이 있었다. 하프 종목까지는 좀처럼 겪지 않지만 킹코스 종목에서 많은 선수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복통이다. 사이클 코스에서의 과보급 또는 과수분 보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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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FTP 파워 훈련에서 앤드류 코건 박사 할아버지가 거의 혼자서 모든 이론을 정립하고 실전에 적용하였듯, 스포츠 영양 보급에서는 에스커 주켄드롭 박사 아저씨가 연구하고 만들어놓은 범주 안에서 아직까지도 크게 벗어난 것이 없다

https://www.mysportsci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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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매우 간단하게. 러너스월드, 포디움러너, 트라이애슬릿닷컴 등 대부분의 유산소 지구력 운동 관련 매거진에서 2시간 이상의 장거리 운동에서는 체중에 따라 시간당 탄수화물은 60~90g, 수분보충은 400cc~800cc 정도를 권장한다. 사이클 5~6시간 라이딩과 3~4시간 달리기의 경우 소모 칼로리는 각각 약 2500~3500. 이를 고려하여 1시간 45분짜리 물통 3개에 보급물을 나누어 담고, 각 물통 교체 시점에 섭취할 고형질 아미노산 양갱 등을 준비하였다. 사이클 코스 대회 공식 보급소의 물은 꼬박꼬박 200cc 이상 마시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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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시간당 칼로리와 탄수화물 양 등 숫자 계산을 하여 준비하더라도 경기 당일의 날씨와 몸 상태, 레이스 운동 강도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미리 계산한 시점마다 기계적으로 보급하는 것도 좋지만 내 몸의 반응과 변화에 예민하게 귀 기울여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에너지젤과 가루보급을 섞은 물을 계속해서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속이 매스꺼워지는 시점이 온다. 마치 내 위장이 더 이상 물과 탄수화물을 흡수하지 못해 뱃속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역류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매스꺼움이 느껴질 때, 그래도 허기를 느끼기 전에 미리 밀어 넣어야 한다며 기계적으로 보급을 하면 결국 구토하게 된다. 한번 구토하면 자극이 되어 계속 나올 수도 있다. 대회를 망치게 된다. 매스꺼움이 느껴질 때는 해당 시점에 과감히 보급을 생략한다. 내 몸이 흡수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몇 분 정도만 기다려주며 경기를 계속 진행하면 어느 순간 매스꺼움은 사라진다. 몸과 마음은 평정을 되찾을 수 있다. 계산된 시점에서의 기계적인 보급과 더불어 내 몸의 반응과 예민한 대화를 주고받은 덕분에 이번 대회 달리기에서는 복통 없이 무사히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었다. 워낙 변수가 많아 조심스럽지만 구례를 위한 힌트도 얻은 것 같다. 대회 내내 몸의 힘은 빠지고 포기와 기권의 갈등이 계속된 경기이지만 마치고 나니 그래도 역시 완주하여 이 모든 것을 경험해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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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거주 중인 지인 분이 왜 한국에서는 ‘철인 3종’이라는 단어를 쓰는 거냐며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질문의 취지를 파악하지 못해 무슨 말이냐 반문했다. ‘3종’ 경기에는 몇 가지 종목들이 있고 그중에서도 하와이 코나에서 최초 태어난 그때의 경기처럼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달리기 42.2km를 달린 선수만이 ‘철인’의 칭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철인 3종’이라는 말은 마치 ‘10km 마라톤’이라는 말처럼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하게 들린다 하였다.(42.195km 풀코스가 아닌 10km, 하프 등 로드레이스 달리기 종목 명칭은 ‘단축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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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아니 여러 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챌린지군산새만금 경기를 무사 완주하였고, 나는 다시 그렇게 ‘철인’이 되었다. 2017년 구례 이후 6년 만이다. 당시에는 이 운동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이라 복통에 시달리고 급격한 체력저하를 겪으며 겨우 완주했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그 어떤 통증이나 보급 실패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큰 아쉬움은 있었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그 또한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다음 킹코스는 좀 더 열심히 잘 준비해 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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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3.8km 01:10:21

바꿈터 1 00:05:03

사이클 06:16:11

바꿈터 2. 00:05:05

달리기 03:33:00

합계 11: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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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

운동은 운동으로 불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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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사랑에 목마른 청춘들이 그런 것처럼 운동에 빠져 이것을 즐기는 꾼들은 결국 운동의 아쉬움은 운동으로 털어내야 한다. 대회를 마친 후 오늘의 휴일, 함께 운동하는 동료분들과 80km 사이클 라이딩을 하고 30분 정도 트랙을 달렸다. 나는 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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