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MAN70.3 고성 대회 후기
작년에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공룡 트로피였다.
올해는 운이 좋았다. 에이지 2등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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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작년만큼 공룡을 좋아하지도 않고, 고고다이노를 즐겨보진 않지만 시상식을 마치고 화상통화로 트로피를 보여주니 아들이 무척 좋아했다. 나 또한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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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회에서는 전체 7등을 하고도 내가 속한 연령 에이지 그룹에서 4등을 하는 바람에 트로피를 얻지 못했었다. 당시 나의 에이지 그룹 1,2,3,4등이 전체 4,5,6,7등이었다. 올해 대회에서는 에이지 2등을 했지만 전체 순위에서는 8등을 하였다. 나의 그룹 1등은 처음 보는 중국 선수였다. 역시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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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함께 운동하는 분들과 동행하여 더욱 즐거운 1박 2일 여행이었다. 팰리세이드 차량을 렌트하고 자전거와 짐을 잔뜩 실어 토요일 새벽 일찍 떠나는 운동 여행. 일찍 서둘렀던 덕분에 차가 막히지도 않고 대회장에서도 여유로웠다. 매 끼니 식사와 간식도 맛있었다. 코스를 미리 답사하고 긴장감을 느끼며 잠자리에 들었다. 파도와 남해의 바닷바람과 언덕, 그리고 폭염특보의 무더위가 우리를 괴롭혔지만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경기를 즐겼다. 대회를 마치고 지방 소도시의 말도 안 되는 낮은 가격에 푸짐한 양의 빙수를 먹으며 더위를 달랬다. 시상식이 진행되고 돌아오는 귀경길에서는 90년대 2000년대 가요들을 들으며 그 시절의 추억을 곱씹었다. 우리 모두 꿈도 많았고 때론 과격했지만 즐겁고 유쾌한 아이들이었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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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에서 열린 아이언맨 70.3 대회는 하프(Half) 코스 대회이다. 풀코스 또는 킹코스라 불리는 IRONMAN 대회는 수영 3.8km, 사이클 182.2km, 런 42.2km로 이루어져 있고, 하프코스는 수영 1.9km, 사이클 91.1km, 런 21.1km. 풀코스 180.6마일의 절반인 70.3마일이기 때문에 IRONMAN70.3 대회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종목이다 보니 미터법이 아닌 마일로 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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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남해의 바다는 파도와 해파리가 가득하였다. 예전 대회처럼 치열한 몸싸움은 줄었지만 이상하게도 기록이 잘 나오지는 않았다. 다행히 해파리에게 쏘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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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답게 언덕과 바람이 많았던 사이클 코스는 올해도 역시 힘들었다. 손에는 땀이 가득하였고, 습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시원한 물통에는 물기가 가득하여 보급소마다 나눠주는 물통을 제대로 잡지 못해 대부분 놓쳤다. 내가 미리 준비하고 사이클에 거치했던 물통에 든 1000ml 정도의 물로 수분 공급을 끝냈는데, 약간 부족할 것 같았지만 다행히 경기를 마칠 때까지 큰 이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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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마치고 런 코스에 들어섰을 때에는 전체 15위 정도였다. 반환점을 돌며 경쟁 선수들의 배번과 나의 순위를 확인하는데, 나와 같은 에이지 그룹 선수들 중 나보다 앞선 분들 상당수가 외국인이었다. 외국 선수들이 조기교육(?) 덕분에 수영도 잘하고 사이클도 잘 타지만 달리기에 약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온다습 몬순형 기후 지역 날씨에서의 달리기는 몸집 큰 외국인들에게 지옥과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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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씩 추월하며 순위를 올렸다. 달리기는 7km 정도의 동일한 구간을 3바퀴 뛰는 코스였는데, 마지막 바퀴에서 작년에는 더욱 속도를 올려 끝까지 힘을 쥐어 짜냈지만, 올해 대회에서는 그게 어려웠다. 2주 전 킹코스 대회를 완주하며 체력을 소진한 때문인지, 오늘의 폭염 특보 무더위 때문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유독 오늘은 힘들고 빨리 경기를 마치고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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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항포 공룡 엑스포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마지막 피니쉬라인까지 약 500미터 정도 남았을 때, 내가 추월할 수 있는 마지막 주자 한 분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와 같은 그룹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경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최선을 다하여 추월했다. 이 분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이 분을 알고 있다. 작년 대회에서 나와 같은 그룹의 분이셨고 2등을 했던 분이다. 어쩌면 나는, 이제는 에이지그룹이 달라진 분까지도 최선을 다해 경쟁을 하며 어떻게든 4등에 머물렀던 작년의 나에게서 벗어나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피나쉬라인을 통과했다. 무더위 땡볕에서 이어진 길고 긴 레이스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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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치고 맡겨두었던 기어백을 찾아 가장 먼저 아내와 아이에게 전화하였다. “여보, 나 2등 했어. 제우야, 아빠는 끝까지 포기 안 했고 최선을 다 했어. 공룡 받아갈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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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무척 좋아했다. 나 역시 기뻤다. 아내도 잘했다며 칭찬하였다. 역시 좋은 결과에만 관대한 아내이다. 음, 그래도 이 순간 아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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