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성철 Dec 09. 2021

취재는 무슨! 에디터의 대구 쇼핑리스트




대구 출장을 다녀왔다. 분명 취재차 방문했지만, 한순간에 지갑을 터는 쇼핑 명소로 변해버린 대구. 대구 유명 소품샵과 독립서점을 오가며 챙겨 온 아이들이 캐리어에 두둑하다. 그럼 에디터들이 취향에 맞게 챙겨 온 대구 쇼핑리스트를 확인하시라.

글 . 아띠





에디터들의 소품샵 취향



아띠: "내생에 당분간 쇼핑은 없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겠다며 소비 패턴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중이다. 쓸모 있는 물건만 구입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최근 소품샵에서는 아이 쇼핑만 즐긴다. 그럼에도 종종 나도 모르게 지갑이 열리는 건, 의미 부여가 가능한 아이템 앞에서다. 예를 들어,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특별한 물건!



리아: "예쁘면 사야지!" 여행을 떠날 때 굳이 소품샵을 찾지는 않지만,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는 편이다. 어디든 들어가면 일단 빈 손으로 나오는 경우는 절대 없다. 원래 물욕이 많은 편이다. 컵이랑 볼펜 등 실용적이면서 귀여운 아이템에 특히 넋을 놓는다. 사놓고 잘 쓰냐고? 음.. 소중하니까 아껴둬야지..!



마린: 내가 이 구역의 소품 왕이다. 개인 노션 페이지에 따로 사고 싶은 용품을 정리해둘 정도다. 국내여행, 해외여행 어디든 여행 전에는 소품샵, 빈티지샵을 미리 찾는다. 주로 사는 종류가 따로 있진 않다. 마음에 들면, 필요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일단 구입한다. 잠깐, 그래서 월급날이 언제라고요?








아띠
"저 쇼핑 안한다니까요..?"



에디터의 지갑을 열어버린 물건은?

빈티지 탁상 달력(우스끄 쇼룸)



내 취향은 아닐 거야~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던 우스끄 쇼룸은 생각보다 매력적인 아이템이 한가득이었다. 본디 빈티지 물품은 매장에 있어야 아름답노라 생각했거늘, 빈티지 탁상 달력을 보자마자 마음이 흔들렸다.

런던에서 만들어져 프랑스 파리 빈티지 시장에서 판매되었다는 빈티지 탁상 달력은 다이얼을 돌려 날짜를 설정하는 형태다. 다이얼을 돌릴 때면 녹이 슬었는지 매끄럽지 않고 끼익 소리가 함께 나는데, 오랜 세월이 묻어나는 듯해서 더 매력적이다.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빈티지 아이템의 유혹에 홀라당 넘어가 냉큼 지른 물건




미니 가방(에브리띵스 콜렉트)



에브리띵스 콜렉트에서 구입한 실용적인 미니 가방도 여름 내내 애용한 물품.
바로 아래층 '메이크 어 포터리'의 컵 가격을 보고 놀랐다가 '에브리띵 콜렉트'의 합리적인 가격에 덥석 집어 들었다. 신발주머니를 연상시키는 이 가방은 여름 내내 메고 다녔으니.. 뽕은 뽑았다..?




저도 내리니까 밀지마세요(더폴락)



독립서점 또한 '여기서만 살 수 있다'는 특별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장소다. 독립 출판 도서는 소규모로 인쇄해 입고하다 보니, 대형 서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 이 책 역시 다른 곳에서는 안팔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느 직장인이든 이해할만한, 요즘 내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제목에 이끌리듯 고른 책. 매일 아침 천호역에서 만나는 분들께 소리쳐 외치고 싶다.
"저도 내리니까 밀지 마세요.





리아
"컵 하나만 살 거에요."



에디터의 지갑을 열어버린 물건은?

비즈 머그컵 (메이크 어 포터리)



원래 물욕이 많은 편이라 '컵 하나만 사자!' 백번 다짐했지만, 텅장이 돼서 돌아왔다.

에디터가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컵 모으기'. 평소에도 빈티지 컵은 물론, 예쁘다는 생각이 드는 컵은 다 산다. 컵 러버에게 메이크어포터리는 몇 년 전부터 위시리스트에 포함된 곳이다. 온라인으로도 판매하지만 원하는 디자인은 항상 솔드아웃. 대구에 방문한다면 꼭 쇼룸에 가리라고 다짐했는데 드디어!

넘쳐흐르기 직전인 물욕을 억누르면서 머릿속에 '보라색 컵 하나만'을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사이트보다 훨씬 많은 종류에 마음 같아서는 종류별로 다 사고 싶었지만, 이성의 끈을 겨우 잡고 원래 계획했던 보라색 컵만 구매했다. 컵 치고는 가격이 꽤 비쌌기 때문...!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자체제작 컵 (우스끄 쇼룸)



아끼고 아껴두었다가 얼마 전부터 귀여운 그릇이랑 같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손잡이의 그립감은 잡아본 사람만 안다.


큰 기대를 안 했지만 '여기 때문에 대구 또 올 거에요..'를 남발하게 만들었던 곳.

위시리스트를 하나 청산하고 더는 카드를 꺼내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역시 실패. 작고 소중한 컵에 눈을 사로잡히고 말았다. 아기자기한 진열에 한 번 반하고, 쇼룸에서 자체 제작한 컵으로 프린팅이 절대 벗겨지지 않고, 정식 수입제품... 등등 사장님의 설명에 홀린 듯 장바구니에 넣고 말았다.


호텔 키 모양을 평소에 좋아해서 가방에 달고 다니는 에디터는 또 한 번 취향 저격을 당했다. 여러 색깔의 호텔키링, 취향대로 참 장식을 조합해 나만의 키링을 만들 수 있다. 취향 듬뿍 담은 키링 하나, 레고를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선물까지 구매해버렸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더폴락)



에디터로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떠났던 취재. 독립서점은 생소한 와중에 유독 이 책에 홀린 듯 눈길이 갔고, 팀원들의 강력 추천으로 고민도 없이 집에 데려가기로.
(반도 못 읽었지만) 읽을수록 신입 에디터를 위한 책이 틀림없다. 틈틈히 읽으려고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녀서 표지가 더러워졌다는 후문..





마린
"눈에 밟히는데 우째요...."




에디터의 지갑을 열어버린 물건은?

빈티지컵과 공책(우스끄 쇼룸)



'우스끄쇼룸'에서 사 온 귀여운 컵과 노트. 노트는 소중한 인연에게 선물했는데 잘 쓰고 있니?!

우스끄쇼룸에서 눈길이 사로잡히는 곳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뒤에 숨어있는 컵을 구매했다. 컵 모양도 마음에 드는데 'LABOR POOL'. 얼마 전 노동시장에 뛰어든 신입에디터로서 눈길이 가는 문구였다. 게다가 흰색인 듯 아이보리인 듯 저 묘한 컬러감. 가격을 묻는 말에 사장님이 장황한 이 컵의 역사를 읊어주셨는데 그 당시 사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설명이었다. (지금은 기억에 없지만)


살 때부터 컵으로 쓸 생각은 없었고 책상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4만 원이 넘는 컵이 연필꽂이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지만... 뭐... 이게 마린의 감성이라고 이해해주길.

우스끄쇼룸에서 아직도 어른거리는 물건이 몇 가지 있다. 들어가자마자 눈길을 끌었던 빈티지 벽시계와 파란색 와인쿨러, 크레용 케이스까지. 대구 당일치기 한 번 해야 되나..




우리의 초록(고스트북스)



저렇게 쪼그려 앉아서 찾고 있었던 책은 <오늘의 초록>. 전부터 엄청나게 사고 싶었던 책인데 가는 독립 서점마다 재고가 없어서 구매하지 못했었다. 대구로 오는 길 KTX 안에서 혹시나 해서 작가님 인스타그램을 보니 '고스트북스'에 소량 두셨다는 글을 발견했다. 다행히 책이 있어서 재빠르게 구매했다.

처음 이 책을 사고 싶었던 이유는 '초록'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단순하지만 색상이 제목에 들어간 책이 있나? 하는 마음에서 캡처해두었다. 그 이후에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사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따뜻한 사진과 짧은 코멘트가 그 사람의 취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사사로운 일상이지만 포근하고 재치 있어서 글까지 궁금했다.
꽤 오랜 기간 기다렸던 만남이라 그런지 이 책은 이미 다 읽었다.




운수 좋은 여행(더폴락)



대구에 도착한 첫날 방문한 '더폴락'에서 구매한 <운수 좋은 여행>. 책장을 구경하다가 마린의 레이더에 걸린 책. 쨍한 주황색의 책등이 뒤적이던 손을 멈추게 했다. 게다가 표지와 제목까지 마음에 들었다.

과연 운수 좋은 여행을 한 걸까, 운수 나쁜 여행을 한 걸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과 누가 봐도 운수 나쁜 여행일 것 같은 표지가 너무 완벽했다. 결국 책 제목과 표지만 보고 구매했다는 이야기이다.

조금 더 합리화를 해보자면 첫 취재로 온 대구에서 여행과 관련된 책을 사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이 책은 아직 한 챕터를 넘기지 못한 채 책상에 방치되어 있다.


취재차 방문한 대구에서 개인카드를 꺼낼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린 생각보다 카드를 자주 꺼냈다. 마지막 날 밤 짐을 쌀 때 가방이 조금씩 무거워졌고, 소중하게 넣어야 할 물건들이 생겼다.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소품샵과 독립서점을 취재지에 넣은 마린의 잘못인 것 같기도 하고...





애디터가 다녀온 대전 소품샵 보러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