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by Milan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가문을 실화로 쓴 책 '하우스 오브 구찌'를 토대로 만든 영화이다. 개봉 전부터 <스타 이즈 본>에서 연기로 두각을 나타낸 레이디 가가의 주연 소식으로 들뜨게 했다. 리들리 스콧의 작품은 모두 보려고 하는 편이라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1970년부터 1990년까지 패션계를 주름잡던 브랜드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하우스 오브 구찌'

탄탄한 토대에 자리 잡은 부잣집 아들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여자를 만나 자녀의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 부와 명예를 위해서라면 수단쯤은 저버리는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 평생 한 사랑만 바라볼 것 같았던 마우리치오(아담 드라이버), 파트리치아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만 경영권에서 우리 가문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 알도 구찌(알 파치노) 등등 이들로 인해 인간의 진정한 내면을 보게 된다. 피 몰아치는 탐욕 속에서 벌어지는 몰락하는 결혼 생활, 배신과 불륜 복수 열전을 배우들의 열연으로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구찌의 이름을 달고 싶어 하고, 이름을 빼앗고자 하는 자,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대립이다. 준비되지 않은 자 그러니까 부와 명예를 감당하지 못할 사람 ―대게 인간들―에게 물질이 주어졌을 때 그 앞에서 어떻게 패배하게 되는가 드러낸다.

구찌의 이름이 뭐라고, 돈과 명예가 뭐길래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고 또 서로를 몰락하게 만드는 걸까. 한 번 그것을 맛보면 더 이상 뒤로 물러나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걸까. 차라리 평범해서 행복하다는 그 말이 이해가 되는 영화였다. 힘과 부와 권력이 어떻게 인간을 무너뜨리는지 그 욕망에 고통받고 싶어 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지금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고 싶어졌다. 구찌만이 아니라 여러 전쟁 서사를 보아도 세계사나 성경을 보아도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보게 된다. 내게는 구찌를 포함한 모든 명품 브랜드들은 그저 인간의 욕망으로만 보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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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치아와 마우리치오의 신혼, 이제 막 그들의 황금기를 시작할 때쯤 마우리치오가 케이크를 빗대어 얘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초코 케이크를 한 번 맛보면, 나중에는 혼자만 다 먹어버리고 싶다고. 미래의 자신이 들어야만 했던 이야기, 우리를 향한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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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영화를 재미있게 봤지만, 이번 영화는 깨나 불편함이 많았다. 배드신이나 레이디 가가의 몸을 위아래로 굳이 훑거나 알도 구찌가 뒷모습을 보고 친 멘트.. 쳐내도 될만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그리고 점성술을 봐주는 성녀와 악녀의 대립처럼 레이디 가가를 그저 악녀의 역할로만 밀고 나간 게 좀 아쉽기만 하다. 물론 현실 속 파트리치아가 그럴 수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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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레이디 가가의 발음과 표정 모두가 파트치리아를 연기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긴 호흡을 한숨에 붙잡고 가는 레이디 가가의 연기를 어느 누가 지적할 수 있나. 아담 드라이버의 환하고 맑은 웃음이 매력 있는 배우임을 인정하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그 웃음 또한 짜증이 나서 배우라고 다시금 끄덕였다. 찌질함의 연속이었던 파파보이 자레드 레토의 변신도 영화 속재미난 부분이었다. 어쩜 이리 한결같지 않고 다양하게 색을 내는 거냐고 표정연기가 최고였다. 알 파치노는 덧댈 것 없이 알도 구찌를 완벽히 소화해냈는데, 그의 연륜을 어찌 무시하리까.. 알 파치노의 작품들을 꾀어볼 생각이다. 제레미 아이언스의 절제와 정교한 연기도 빛이 났다. 매번 '제레미 아이언스'이 이름을 볼 때마다 단단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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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러닝타임 속에서 배우들의 호흡과 연기력 그리고 음악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화려한 20세기 구찌 패션도 눈여겨볼만하고 영화 속 모든 음악이걸맞았다. 연배가 있는 감독인데도 음악도 잘 쓰는듯 물론 음악감독은 따로 있었지만. 신나게 듣고 본 화려한 영화였다. 그 속에서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브랜드의 멸망을 능숙하게 엮은 작품. 엔딩 시퀀스의 자막이 씁쓸함 마저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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