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충만 되어야 한다 [솔로몬의 노래-토니 모리슨

by Milan



"세상 어떤 것은 사랑으로 충만되어야 한다."


아픈 서사를 그야말로 강렬하고 굉장히 놀랍고 흡인력 있게 쓰였다. 긴 소설이지만 한 편의 아름다운 시처럼 서글프고 눈물 나고 아름답다.


흑인을 향한 증오, 박해, 성별 불균형, 인간의 교만함을 드러냈다. 증오와 폭력, 살인과 원한 그리고 질투로 뒤덮어진 세계를 작가는 한 편의 시를 쓰듯이, 한 곡의 클래식을 연주한 듯 모든 것을 신랄하게 들춰냈다. 이 책은 1930년 미국 경제 대공황이 배경이다. 자수성가 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난 남성 '밀크맨'은 (남다르고 독특한) 출생부터 청년까지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기에 추호도 가난을 알지 못한다. 아픔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고 자신은 안락한 삶을 안일한 채 여기며 산다. 그러나 밀크맨의 주변인들은 흑인이라서 당하는 차별을 고통스럽게 감내한다.

돈이 최고임을 밝히는 아버지 메이컨 데드 2세, 아버지의 유골을 평생 집에서 보관한 어딘가 단단한 고모 파일러트(Pilate), 그리고 가족과 아버지와 자신들에게 희생만 했던 어머니 루스 이들의 흐름을 보아도 정답은 '사랑'이었다.


솔로몬의 노래는 성경의 아가서다. 신랑인 솔로몬이 신부인 술람미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아가서는 신부와 신랑의 사랑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리스도와 성도읜 노래이기도 하다. 중심은 '사랑'. 신약성경의 고린도전서에는 "믿음, 소망, 사랑 이 중 제일은 '사랑'이라" 는 말씀이 있다. 작품에서도 사랑을 만나서 자신의 길을 걸어간 밀크맨의 누나 이름은 고린도서의 영어 발음인 '커린디언스'이다. 작가가 내게 속삭였던 정체성이 분명 사랑이었다.

부족해도 비극적으로 흘러가는 삶이어도 사랑이 있다면 삶은 달라진다. 그러면 나는 사랑할 것이다. 질투가 질투를 낳고 차별이 차별을 낳는 것처럼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더 많이 용납해 주고 사랑해 주고 싶다. 책을 봐도, 성경을 봐도 그분은 사랑을 계속 이야기하신다. 예수님은 사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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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인종, 문화, 환경 모두가 다르다. 주인공인 밀크맨과 가족들 한편으로 진짜 주인공이라 생각한 파일러트를 넘어서 흑인들까지. 감히 그들의 상실감을 감내할 수 있을까. 한 켠이라도 있었을까. 나는 아시아인이다.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여성이다. 서양권에 나갔을 때 간간이 당했던 차별이나 한국의 장녀로서 살며 처했던 환경을 생각해 봤다. 사람마다 상처의 깊이는 다르지만 깊이가 얕더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그 깊이가 아주 조그맣더라도.


흑인 여성으로 살아간 파일러트의 사랑과 희생으로 주인공은 정당성을 알게 된다. 이런 파일러트를 비롯해 밀크맨의 누나들 리나와 커린디언스를 보면서 가슴이 시렸다. 그 대화가 서글프며 우스웠고 달콤했지만, 씁쓸했다. 보통 다른 가정들이 생각났다. 책의 1부를 끝내면서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이 생각났다. 어딘가 닮았지만 어쩌면 더욱 위대하다.


은은한 썩은 내 나는 구린 곳을 밝혀내는 소설을 사랑한다. 처한 현실을 맹렬히 공격하는 것보다 단어 하나로 은율을 만들어서 울림을 주는 작품이 좋다. 물질 중심주의나 인간 중심주의를 돋워 본성을 찬양하는 작품이 아니라 인간에게 진정 필요한 속성들을 말한 소설이 좋다. 생각해 보게끔 하는 작품에 매료된다. 특히 사랑이 메시지라면 애정이 깊어지는데 <솔로몬의 노래>가 그렇다.


나는 이 책의 서문을 읽는 순간부터 문장력에 감탄했다. 문장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

서문 중간 "소설 속에 나오는 비행 중에서 솔로몬의 비행이 가장 마술적이고 극적이며, 밀크맨에게는 가장 충만한 비행이다. 성공 여부를 차지하고 시도만으로 이미 승리를 명백히 암시하는 다른 신화적 비행과 달리 솔로몬의 도피, 보험회사 직원은 자살이 사랑의 몸짓이라고 쪽지를 써 남기지만 그 행위에는 죄의식과 절망도 분명 배어들어 있다."



Toni Morrison, 1993년도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미국의 작가. 보통은 흑인 여성 최초의 노벨 문학상 토니 모리슨이라 칭한다. ―세상에서 약자라고 명칭 한, 그 범주에 있는 사람일수록 약해 보이거나 부각되어 보이는 단어를 붙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흑인이라느니, 여성이라느니, 장애를 가졌다느니―세상에서 아직 그분의 다른 책은 읽지 않았다. 노벨상으로 사람을 평가하기 보다 작품으로 노벨상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생각도 했다. 여러 작품을 읽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한 나라, 한 민족과 국경을 넘어 영향을 주었던 토니 모리슨에게 어떤 수식어를 붙이면 어울리지? '하늘에서 내려온 은사를 잘 활용한'?


그리고 이런 멋진 책을 멋지게 번역해 주신 김선형 번역가 덕이 크다. 물 흐르듯 부드럽고 깊이 있게 읽었다.

욕심이 생겼다. 언어의 마술사들이 단어와 문장을 엮고 여러 번 탈고해 탄생시킨 책을 다 읽고 싶다. 깊이 있고 사랑과 지혜가 가득한 책을 읽고 싶다.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책을 발견하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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