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제국에 살고있는 우리

"인간의 경험과 기쁨이 사라진 이 시대를 분석한다."

by Milan



이반 일리치 -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과거 산업사회 전에 인간은 직접 농사를 짓고 만들어 먹고, 집에서 직접 아이를 낳고, 손으로 집을 짓고 먼 거리를 걷기도 했다. 인간에게 잠재된 행동과 내면을 활성화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전문가인 의사 더욱 세분화된 산부인과 의사가 병원에서 아이를 받아줘야 하고 수치화되고 법적 조건에 맞춰서 집을 지어야 한다. 심지어 가족의 장례는 전문가에 의해서 치러야 한다. 현대 시대는 인류가 전문가가 아니고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현대인은 자신의 모든 일을 전문가에 의존해서 맡기고 있다.


인간을 무능하게 만드는 전문가 사회는 현대를, 사람을 가난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는 이반 일리치. 풍요로운 세상에서 인간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전문가를 향한 의존, 쏟아지는 상품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상품을 광고하며 그 상품을 사게끔, 소비하게끔 강요받고 있는 사회이다. 시장 의존 사회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질, 양으로 평가를 내리고 물질을 측정한다. 상품에 의존하는 삶을 장려하며 전문가에 모든 걸 맡겨 내면의 기쁨을 알지도 못하는 시대를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진정으로 인간에게 있는 자유란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만든다. 어마어마한 시스템 굴레에 갇혀서 스스로 어떤 것을 할 수 없게 만들고 단순하고 획일적인 사고에만 살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인류에게 있는 인류가 발전해 온 자립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데 그는 이것을 가난, 현대적 가난이라고 말한다. 시스템화되는 사회가 사람의 진정한 기쁨을 자발적인 행동을 끌어내지 못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라는 것을 판단하고 지적한다기 보다 그들이 만든 사회 규범에 인간이 따르도록 만들어지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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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삶의 질, 가치를 올려주는 편리한 생활 도구나 가전이 많이 나온다. 코드를 꼽지 않아서 자유롭게 쓸고 닦을 수 있는 무선 청소기, 옷깃과 선을 직접 스팀으로 다리지 않아도 되는 에어 드레서, 빨래를 널지 않아도 되는 건조기, 허리를 깊게 숙이지 않아도 되는 세탁기, 대량 설거지를 줄여주는 식기세척기, 얼음을 만들어주는 냉장고 등.. 삶을 도와주는 제품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다.

무선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스피커 심지어 최근에는 대형마트에서 이동식 에어컨도 봤다! 참 놀랍고 편안한 세상이다.


우리 가정도 그 대열에 매번 합류하는데 얼마 전, '조금 더'를 위해서 획기적인 물건을 샀다. 삶의 가치를 올려준 제품 중 하나라는 무선 청소기. 청소를 혁신한다는 코드 제로를 구매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물이다. 엄마가 동생한테 원하는 물건을 받음)


소음이 크고 선을 빼야 하는 큰 통을 밀고 다니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기에 편리성을 위해서 멀쩡한 청소기를 뒤로하고 새로운 제품을 샀다. 사야 할 이유는 실용성, 편리성이었는데사실 사지 않아도 될 이유도 있었다. 잠시만 들어도 손목을 아프게 하는 무게, 가격, 몇 년 만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는 배터리까지. 그냥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내도 됐었는데 선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큰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기대하는 마음으로 청소기가 배송될 동안 과연 이게 우리 가정에 필요한 물건인지, 과거에 만들어졌던 유선 청소기를 이길 수 있는 물건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자주 청소하게 되겠지라는 기대와 달리 새롭고 좋은 기능이 탑재된 제품이 나올 때 그것을 갈망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새 기능이 발명되어 나온다고 해도 과거에 나온 제품을 이기지 못할 때도 많다. 가령 드럼 세탁기의 과거형 통돌이 세탁기, 에어팟의 과거형 유선 이어폰, 스탠드 김치냉장고의 과거형 뚜껑 김치냉장고 같은 철이 지난 옛 제품들을 다시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나도 에어팟의 대유행 때 '편리성’의 유혹에 휩쓸려 구매해놓고서 몇 달 전에 ―배터리가 빨리 닳고 충전하기 귀찮으며 귀가 아픈―에어팟을 팔았다. 유선 이어폰을 잘 사용하는 중인데 레트로는 이길 수 없어일까. 선이 달린 이어폰이 이만큼 좋은 거였구나 많이 느끼며 지낸다.


아까 말한 여러 단점을 안고 갈 코드 제로를 뒤로하고 선이 있는 무거운 청소기를 다시 쓰고 있을 장면을 상상했다.

이반 일리치가 말하는 그 현대화의 가난에 물들거나 속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이렇게 새로운 상품을 찍어내고 가공된 필요를 충족하는 소비품이 쌓여가며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광고든 전문가든 소비를 자극하는 욕구에 둔감해진다. 인간을 가난하게 만드는 소비문화 시대에 어떤 걸 선택할까 많이 생각해 봤다.



더 많이 구매해서 내 필요를 채울 것인가. 편리함 그 한 가지를 위해서 소비할 것인가. 필요를 위해서 구매해도 되는 건가. 하루에도 수십 번 소비를 강요당하는 시대에서 내 자아를 더욱 확립해놓고 싶다. 자 되도록이면 여러 번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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