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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근속자의 마음을 떠나게 만드는 아주 사소한 이유

핸들을 잡았다고 다 같은 리더가 아니다.

by 이로와

시작은 문제라고 생각한 무엇인가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되고,

동일한 생각에 뜻이 맞는 사람들과 다른 여러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회사'라는 구조가 시작됩니다.


시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그와 파생되거나 연관되어, 혹은 더 넓은 뜻을 이루기 위한 여러 방향의 문제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 문제들을 소수의 사람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쯤, 그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며 회사의 규모가 커져가게 됩니다.


회사 역시 외부적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생각과 비전으로 살아남는 게 아닌, 실제적인 자금과 돈의 흐름을 만들어 가며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바뀌고, 방향이 변경되고 그에 따라 조직개편 등이 발생되기도 합니다.


큰 범위와 방향에서 '일이 잘되게 한다' '일이 되게 하는 게 우선이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유연한 사고방식과 조직 내에서의 변화에 적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결과를 잘 만들어 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어떤 목적과 어떠한 방향성과, 어떠한 사유로 이러한 결정들을 왜 하게 됐다는 부분에 대해 앞서 설명되지 않은 채 상위 리더의 개편 소식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 건 좀 지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에 대한 권한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내가 타고 있는 이 로켓이 어디로 가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보이는지, 내가 이곳에서 더 풀 문제가 있는 것인지, 조직은 성장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과 판단의 기회조차 빼앗긴 채로 변경된 리더가 진행할 조직개편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에서도 무력감을 느끼는 것 습니다.


가끔은 생각합니다.

네가 느끼는 무력감은 네가 그 위치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럼에도 생각합니다.

핸들을 잡고 있다고 다 리더가 아니라고.


최초의 회사 생성당시부터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매우 초기부터 함께 했던 이곳에서, 10년 넘게 있으면서 엄청나게 커진 성장을 바라보았고, 주요 부서에 있지는 못하여 그 과실을 함께 맛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항상 애정을 갖고 지켜봤던 곳이었는데, 변경된 조직리더가 제가 이야기한 여러 방향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한 번 더 봐야겠지만 이제는 완전히 마음이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차가 좀 꼬이기도 했고

바깥 시장도 너무 추운 시기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준비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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