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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와 Jan 28. 2020

'나만 보기'에 써놓은 글을 돌아보았다

'작작' 1월 주제 '비밀'에 대해

2020년 다시 참여하게 된

월간. 정기. 강제. 산출. 프로젝트 '작작'의 첫 주제는 [비밀]




이 주제를 받은 후, 처음에는 영상 구성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Face ID를 사용하면서 개인의 비밀, 기록 이 저장되어 있는 이 도구가 얼마나 풀기 어려우면서 쉬운지를 생각하곤 했었는데, Face ID 인증을 이용한 소재로 비밀이라는 단어를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절이 시작되기 전 영상의 구성을 모두 짰고, 실 촬영을 제외하고 생각대로 표현이 될 수 있는지 미리 체크해야 하는 '중간의 Face ID 구동 및 실패하는 영상 샘플'을 작업하곤 명절에 제작을 해볼 심산이었다.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16:9의 풀 화면에서 -> 세로로 -> 다시 풀 화면으로 전환되는 전체 구성에 30초 남짓한 영상이었고 / Face ID / 폰 / 비밀을 중심으로 하는 영상 이었..)


하지만, 명절 첫날 아내의 독감 확진과 며칠 뒤 아이의 독감 확진을 받고 나선 독박 육아 및 집안일, 병간호를 병행하며 영상 제작은 포기하게 되었고, 어떤 형태로 작업을 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페이스북에 '나만 보기'로 저장한 (2019 - 2020년을 기준으로) 글들을 흩어보고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만 보기로 저장한 모든 글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나만 보기로 저장한 글의 많은 수는 다음에 보기 위한 단순 링크인 경우가 가장 많고 대부분 일기처럼 생각날 때, 잠 안 올 때, 핸드폰을 붙잡고 쓰는 글들이기 때문이다.


'나만 보기'로 적은 글 중에는 적다가 만 글들도 있고, 급 끝나기도 하고, 매우 개인적인 생각들도 많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나 고민하다 브런치에 써놓고 또 봐도 되겠다 싶은 글들을 위주로 캡처해보았다.


(캡처는 2019 - 2020년의 시간 순서임)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로 보는 사람에게 도움이 하나도 안될 수 있음)




- 수술을 하고 1년 뒤 검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 그 아이와 어머님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는 없었는데 아이가 하늘나라로 간 것인지 퇴원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직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갈 때마다 병원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든다.



-  영상일을 하지만 영상보다 글이 좋은 이유에 대해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한다. 퍼블리를 흠모하고, 잘하지는 못하지만 영상 작업을 하기 전에 글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모든 것을 영상으로 '검색' 한다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폰트로 찾아 2초 정도면 확인하고 해결할 일을 유튜브에 들어가 그 말이 어디 나오는지 찾기 위해 스키밍하며 찾는 시간이 매우 아깝게 느껴진다. 조금 더 함축적으로 적어도 될 것들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말로 하면 장황해지기도 해서 영상과 글이 필요한(효과적인) 범위가 분명 다른데 요즘은 너무 영상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 창업했을 당시 생각들을 보면 정말 넓고 깊게 생각했다. 물의 흐름처럼 자유자재로 흘러가다가 폭포처럼 깊게 떨어져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흘러가기를 반복했다. 그때의 몰입이 마려운 작년 그리고 요즘이다.



- '결국 그러다 라면은 끓여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글로 머리를 때려 맞았다.11개월이 지난 지금 그렇게 살았나 돌이켜보면 다시 반성하게 되는 글이다.


이 포스팅도 '영상을 생각했건 뭐건 간에 그래서 산출물을 냈어? 안 냈어?'로 판가름되는 것 같아 작성하게 되었..



- 구걸을 하였고, 직업을 얻었다. 전문가가 되고 싶었는데 노동자가 되었다. 이상과 현실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오고 있지만 중요한 건, 전이나 지금이나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다른건 직 '장' 과 '업' 을 구분하고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 이다.



- 결혼을 하고 아내와 독립출판을 해보겠다곤 회사를 관두고 한 달 남짓 흘렀을 때였던 것 같다. 삶과 질과 밀도. ‘요즘은 밀도 있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지속된다. 2014년에도 2020년에도.

"당신은 밀도 있게 잘 살고 계신가요?"



- 고여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깊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삭제를 누르지 않는 이유는 그 역시 내 모습이었겠지만, 여전히 같은 고민을 4년이 지난 지금도 깊어지지 못한 채 같은 새벽에 하고 있는 것은 좀 부끄러운 것 같다. (지금 시간 새벽 4시)



- 그 빌라는 3번의 연장으로 36년이 되어간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집을 빼줘야 할 수도 있어 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작년, 서울 집값이 순식간에 너무 올라버렸고 근처에 이사 가려던 집도 영 끌을 했으나 2천 정도가 부족해 놓쳐버린 후,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여전히 집을 찾고 있고 고민중이다)


그러다, 문득 신혼 때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정말 지지리 궁상이었다. 정말 추웠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게 힘들었다. 하지만 정말 좋았고 행복했었다. 우리만 보았고, 1구짜리 인덕션에서 3구짜리 가스렌즈로 바뀌었고,  이 집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벽지에는 아이의 키를 잰 숫자만큼 줄이 쭉쭉 그어져 있다.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런 글들을 쓰다 만 것 같다. 아마 아이가 안 깼으면 이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했던 결혼식 이야기가 줄줄 나왔겠ㅈ.....



- (드디어 일과 관련된 것이다!!!!) 사실 이 글은 왜 비공개로 썼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회사에서 뭔가 이런 내용과 의견이 안 맞는 무엇인가 있었겠..지 싶다) 콘텐츠는 연결되어야 하고 그 끝에 예상(기대)하는 액션이 명확해야 한다. 그게 흡사 '아 넌 좋은 콘텐츠였어' 일지라도 말이다.



- 아이를 낳는 게 필수는 아니다. 다만, 아이를 낳으면 부모의 인생이 '종속'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탓을 아이에게 돌린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했다.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행동에는 (본인의) 책임이 따른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아이를 키우는 집들마다 모두 방식이 다르다. '최선'이라는 것도 '필수'라는 것도 없다. 선택도 내가. 행동도 내가 하는 것이다.


다만, 돈 진짜 많이 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출산의 선택은 자유다.

본전 생각할거면 안오는게 좋다. 미지의 영역이 궁금하다면 ㄲ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 한다는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된다)



- 어렸을적 부터 생각해보면 정말 격동성이 큰 삶을 살고 있었다. 그 삶이 힘들 때가 참 많지만, 그 과정들 속에서 자신감을 키우고 커나가게 되는 모습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이 좋았던 것 같다. 나와 생년 일이 같은 사람들이 모든 같은 내용일 수 있지만, 마음 가짐 정도는 참고할 수 있는 거니까.


2020년은 새로운 기대감을 갖고. 새롭게 태어나보는 것으로 :)






내용도, 맞춤법도 제대로 보지 않고 적어놓은 '나만 보기'의 글들을 공개하는 것이

'비밀'을 공개해 부끄러우면서도 뭔가 후련한 느낌(?)이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페이스북을 보면 정보성 글이거나 유머 위주로 글의 소비나 반응(좋아요/댓글)들이 편향되면서, 삶의 순간이나 생각을 공유하는 글들을 예전에는 '나만 보기'로 라도 적었다면 요즘은 글을 쓰다 혹은 다 써놓고 삭제하는 경우들도 많이 있었다.


정보성의 좋은 글들도 많지만 다양한 삶의 순간들을 공유하고 생각들을 나누는 형태가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쭉 써놓고 보니 나도 앞으로 '나만 보기' 라도 자주 써놓기로 해본다 :)



be the cloud / "작작"

: 매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개인 작업물을 반드시 만드는 프로젝트

: https://www.notion.so/591086ae8fcb424bb894b6007bded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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