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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와 May 26. 2021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1년 사이 전세가 2억이 올랐다


삶의 조급증은 나 자신보다 주변을 보며 불쑥 찾아오곤 한다. 


1.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가 1년 동안 2억이 올랐고 더 오르고 있다. 매매는 분양가의 두배 이상이 뛰었고 그 역시 더 오르고 있다. 내년에 학교를 가야 하는 이로를 생각하면서 이사를 빨리 가야 하지 않을까?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게 집을 사야 하지 않을까? 들어올 때 전셋값도 오버한 건데, 이 근처에서 다시 집을 구 할 수 있을까? 이참에 지방으로 가버려야 하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마음이 조급했다. 


2. 

나보다 나이가 많던 전에 살던 허름한 빌라에서 바로 옆에 신축 아파트로 오면서, 모든 생활이 편리해졌다. 하늘도 잘 안보이던 1층 빌라에서 하늘이 뻥 뚫려 있는 고층으로 오면서 맑은 날은 하염없이 창문을 보기도 했다. 코로나 덕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는 이자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이 동내에서, 지하철 역을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서 이 정도 컨디션의 집은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3.

그러다 페이스북의 '과거 오늘'에서 작년에 이사 준비를 하던 글을 봤다. 이 집에 온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인지하게 되었다. 지금 집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기간이 1년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당장 한 달 뒤에 나가야 하는 사람처럼 지역을 살펴보고 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어차피 집을 살 수 있는 예산도 없는데도 동네를 평가하며 집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4.

주변이 아닌 내 생활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것으로 생각의 스위치를 바꿔보기로 했다. 2억이나 올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게 집주인이 놔둘 일은 없을 테니 남은 1년 동안은 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누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역 지침 준수하면서) 지인들도 더 초대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아내에게 내는 이자가 아깝지 않아 라고 이야기하는 이 집에서의 지금을 가득 누리는 것 역시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각자 삶의 속도는 모두 다르다.

거북이가 조급하다고 토끼처럼 뛸 수는 없다

내 삶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을 보면서가 아닌 

결국 내 시선을 넓히고 체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잘 되지는 않겠지만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받는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는 

아내의 말을 가슴속에 새기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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